과기정통부 “약관 살펴본 뒤 제도 개선 추진할 것”
KT가 촉발한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보장하는 ‘최저 속도’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3사의 이용약관을 들여다본 뒤 개선할 사항이 발견되면 업체들과 협의해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이통 업계에 따르면 KT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사는 인터넷 요금 이용약관에 최저 속도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30분간 5회 이상 하향 전송속도를 측정해 측정 횟수의 60% 이상이 최저 속도에 미달할 경우 해당일의 요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다. 측정은 각 회사가 공급한 속도 측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3사의 인터넷 요금제는 최대 속도 기준 10기가(Gbps), 5기가, 2.5기가 등으로 그 구성이 대동소이하다. 요금제 이름에 최대 속도를 명시해 놓은 것이다.
보상 기준으로 삼은 최저 속도 기준이 턱없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튜버 ‘잇섭’이 문제 제기한 10기가 요금제의 경우 최저 속도는 3기가다. 3사 모두 5기가 요금제 최저 속도는 2.5기가, 2.5기가 요금제 최저 속도는 1기가로 설정됐다. 즉 10기가 요금제를 사용하더라도 속도가 3기가만 나오면 보상받을 길이 없는 셈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도 “최저 속도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며 “3사 모두 조금씩 더 올리라고 정부가 권고한다면 인프라 투자를 더 한다든가 해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가 공론화되자 이용자들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제공하는 인터넷 속도 측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속도 인증’에 나서기도 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NIA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와이파이 속도 측정 등이 가능하다.
최저 속도 기준이 낮은 데 더해 이용자가 알아서 느린 속도를 인증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이동통신사들이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이용자에게 고지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 약관”이라며 “품질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요금 명세서에 일 평균 속도 제공 내용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약관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인터넷이 필수 서비스가 된 시대에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터넷 요금제는 이동전화나 시내전화와 달리 단순 신고제다. 이동전화와 시내전화는 ‘유보신고제’를 적용해 이용자 차별 등 문제가 있으면 과기정통부가 해당 요금을 15일 이내에 반려할 수 있다. 이동전화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T, 시내전화는 KT가 적용 대상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요금제가 불공정한 약관을 담아 출시돼도 이를 정부가 제지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이용자에게 불리한 요금제일 경우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해 자연 도태될 것으로만 봐야 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인터넷 요금제는 사업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3사 모두 같게 최대 속도 기준 10기가(Gbps), 5기가, 2.5기가 등으로 요금제를 구성해 놓고 최저 속도 기준을 앞세운 요금제는 전혀 없다.
이 같은 지적에 관해 업계 관계자는 최저 속도를 앞세워 요금제를 출시하면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속도는 지역 환경이나 PC 등 단말의 상태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데 얼마 이상을 보장한다고 마케팅하면 사업자로서는 굉장히 리스키(risky)해 질 수 있다”고 했다.
즉, 지금은 이용 약관을 살펴봐야 최저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지금보다 민원이 급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안이 논란으로 불거진 만큼 ‘최저 속도 보장제’에 대해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용 약관에서 소비자의 권익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통신사와 협의할 것”이라며 “국내현황 및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용약관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방통송신위원회도 “통신사의 고의적인 인터넷 속도 저하 및 이용약관에 따른 보상, 인터넷 설치 시 절차 등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 위반 여부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