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 반발
○○여대 위치한 돈암동…초·중·고 밀집 지역
논란 커지자 해당 업체 지점 이름 바꿔
서울 성북구의 한 리얼돌 체험방이 주변 여자대학교의 이름을 내걸고 홍보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홍보에 언급된 ○○여대 학생들은 20일 "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라며 입장문을 내고 리얼돌을 규제해야 한다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은 지난달 12일 해당 업체가 리얼돌 관리 사실을 알리며 "○○여대 아가씨들 미용실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하며 불거졌다. 해당 업체는 2019년 말 부터 유튜브, 트위터 등 여러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리얼돌 체험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왔다.
해당 업체의 유튜브 영상 및 웹사이트에 따르면, 업체는 폐쇄된 공간에서 리얼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격은 시간당 4만 원이다. 24시간 운영하며 인형은 물론 침대와 콘돔, 생수, 오나홀(인공 질) 등을 함께 제공한다.
○○여대 학생들은 이것이 사실상 유사 성매매와 다름이 없으며, '여대생 판타지'를 영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여대 아가씨'는 또 다른 ○○대 아가씨, 혹은 특정 직종, 지역, 인종 등을 특징으로 하는 ○○녀, 심지어는 유명인이나 지인 등 실존 인물을 본딴 강간인형의 출현을 예고한 것과 다름 없다"고 밝혔다.
입장문을 발표한 ○○여대 동아리 'RADSBOS' 대표 윤슬 씨는 "이달 초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업체가 알려지며 학생들이 분노했고, 동아리 차원에서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성명서를 작성하고 (여러) 대학 단체들의 연서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계 당국에 민원을 넣으며 용인시 리얼돌 체험방처럼 영업을 제한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다만 리얼돌 체험방은 별도 허가 없이 설립 가능한 자유 업종이라 규제 여부는 불투명하다. 리얼돌 체험방은 학교 시설 반경 200m에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없지만, 당국은 아직 해당 업체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특정 지역이나 직종, 연령을 특징으로 홍보하는 업소가 실제 여성의 존엄성을 해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해당 업소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 없는 상황인만큼 입법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학생들은 리얼돌을 "강간 인형"이라 칭하며, 리얼돌 수입 판매를 허가한 대법원을 비판하고 "인형 자체가 제작·유통·판매되는 것 자체로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2019년 "개인의 사생활에 깊이 개입할 수 없다"며 수입 허가를 결정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리얼돌은 성욕을 도구하는 성기구일 뿐"이라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해당 지역에는 ○○여대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도 밀집해 있다. ○○여대가 위치한 돈암동에만 초등학교 4곳(우촌초·매원초·성신초·개운초), 중학교 3곳(개운중·성신여중·고명중), 고등학교 2곳(고명외식고·성신여고)이 있다.
반발이 커지자 해당 업체는 문제가 된 홍보 글을 삭제하고 지점 이름을 변경했다. 21일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업체는 유튜브의 홍보 영상을 삭제하고, 계정 이름을 '○○여대점'에서 '성북구 지점'으로 수정했다. 리얼돌 체험방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에서도 지점명을 바꿨다.
해당 지점에 학생 반발과 리얼돌 규제 대한 입장에 대해 직접 문의했으나 해당 지점 측은 "노 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