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세라믹ㆍ폴리머 소재 대비 유연성 확보…소ㆍ부ㆍ장 국산화 도움
국내 연구진이 원격에서도 물체를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촉감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운 압전 소재를 개발해 소ㆍ부ㆍ장 국산화에도 한 몫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가상ㆍ증강현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원거리에서도 촉감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압전소재를 개발,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차세대 텔레햅틱(tele-haptic) 기술을 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압전소재는 힘을 가하면 전기를 발생하고 전기를 가하면 변형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재료이며, 텔레햅틱은 원격, 가상에서 현실 같은 생생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텔레햅틱 기술은 최대 15m 원격에서도 금속이나 플라스틱, 고무와 같은 촉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재질특성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긁었을 때 상대방이 금방 재질이 단단한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원격에서 사물의 촉질감을 느끼려면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 구동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실험실 수준에서 블루투스 통신을 사용했고 획득 및 재현된 신호가 약 97%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 신호의 전달과정에서 지연이 거의 없어 실시간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촉감까지 주고받는 촉각 커뮤니케이션을 구현, 센서로는 촉각 정보를 수집하고 액추에이터는 수집된 정보를 동일한 감각으로 복제ㆍ재현한다.
연구진은 또 약 3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압전복합체 센서를 유연 기판 위에 인쇄 형성해 최대 13채널(분할)까지 패터닝한 압전센서를 만들었다. 최소 1mm 사이즈의 다양한 압전 액추에이터를 어레이로 제작해 센서에서 수집된 촉질감 데이터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면적화하기에도 용이하다.
연구진이 만들어낸 압전센서는 소ㆍ부ㆍ장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ETRI는 전망한다. 현재 사용 중인 세라믹, 폴리머 압전소재 대비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압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기술은 원격으로 촉감은 물론 질감, 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E T R I’라는 글자를 모스 부호로 전달해 원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연도 성공했다. 압전소재 특성상 저전력으로도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반응하며 구부리거나 누르면 전하가 발생해 전원이 없어도 100V(볼트) 이상의 순간전압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TRI 김혜진 지능형센서연구실장은 “가상ㆍ증강현실용 텔레햅틱 기술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향후 자동차나 장애인의 재활, 메타버스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고도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번 압전소재 기술의 배합ㆍ공정ㆍ구조설계 기술을 고도화해 출력 및 데이터 수집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에 있는 애완견을 미국에서 쓰다듬으며 털의 부드러움까지 느낄 수 있는 기술개발에 도전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압전성 복합소재 및 초저전력 적층형 압전 센서ㆍ액추에이터 복합모듈 기술 개발’로 수행됐다. ETRI 주관으로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양태헌 교수와 텍사스주립대학교 김진용 교수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