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마케팅 전략이면서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
BoA “배출량 많은 종목, 그렇지 않은 곳보다 15% 할인”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날 US스틸은 무탄소 에너지와 전기 아크로 등을 활용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 비자와 펩시, 하이네켄, 알래스카항공 등을 비롯해 49개의 회사는 이번 주 아마존이 주도하는 기후협약에 서명하고 2040년 전까지 탄소 제로를 약속했다. 이들 회사는 도합 연간 1조4000억 달러(약 1566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50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유틸리티, 산업 등 세 부문에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해당 부문 가치는 S&P500지수에서 15% 미만이지만, 직ㆍ간접적 배출량은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탄소 제로를 목표로 삼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상당한 프리미엄을 안고 거래되고 있다고 BoA는 설명했다. 실제로 탄소 제로 계획을 설정한 기업의 12개월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32.4인 데 반해 그렇지 않은 기업은 20.3에 그쳤다.
일련의 행태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단순한 마케팅 전략으로 평가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가 상승을 비롯해 월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략으로도 통한다.
BoA는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의 주식은 적은 기업에 비해 1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S&P500 기준 장부가 대비 현재가치는 배출량이 평균 미만인 회사가 5.1, 그 이상인 회사가 4.3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이유로 S&P500에 편입된 기업 중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 비중은 10년 전 20%에서 현재 90%로 늘었다.
CNN은 “이 모든 것은 환경 위험에 대한 월가의 생각이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탄소 제로 선언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필요한 일이지만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도 부담이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이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85%가 탄소 제로로의 전환을 위해 높은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59%는 대규모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 제거 기술 수준이 걸음마 단계라는 점도 기업들의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