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공유에게 '서복'이 푹 꽂힌 이유

입력 2021-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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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 소재 'SF물' 도전…"우리는 왜 살까요?"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고민과 두려움은 계속되지만 제 인생에서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 짚어볼 만한 시간이었어요. '서복'은 제게 그렇게 기억될 겁니다."

영화 '서복'(이용주 감독) 시나리오가 어느 날 공유에게 '왜 사는데?'라고 물었다. 공유는 갑자기 날아온 이 질문에 당황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한 차례 영화 출연을 거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공유는 결국 떨쳐내지 못한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공유는 결심한다. 관객에게 물어보기로.

"살다 보면 한 번쯤 해볼 수 있음 직한 고민인데, 생각을 안 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서복'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푹'하고 저한테 질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왜 대답을 못 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생기더라고요. 감독님하고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관객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할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공유는 '서복'에서 교모세포종으로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았다. 과거 한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갖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중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서복(박보검)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시키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결국 '서복'은 공유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공유는 평소 SF 장르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서복'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근 미래적인 소재를 다루는 SF물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삶'이라는 점이 공유에겐 신선하게 다가왔다.

"도전 정신이 강한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시나리오에서 고민이 안 느껴지고, 캐릭터와 이야기의 구성이 단순하면 손이 안 가더라고요. 그런 성향이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공유는 기헌의 어둡고 예민한 면모에 집중한다. 병든 기헌을 연기하기 위해 4개월 동안 식단을 조절하며 체중도 감량했다. 처음 등장할 때 보다 강렬한 외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도록 고심했다.

"광고에서 보는 공유가 아닌, 온전히 그 인물화가 되어간다는 작업이 재밌어서 지금까지 연기를 놓지 못하고 있네요.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 순간을 즐기기 때문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드니까 식단 조절은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기헌의 전사를 이미지 한 컷으로 보여주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죠. 저는 더 많이 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만류하더라고요."

공유는 그간 tvN 드라마 '도깨비'에선 로맨스를,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선 현실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변화를 꾀했다. 공유는 이에 대해 "변신을 생각하고 연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말에 부담이 있어요. 제가 안 해본 캐릭터여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캐릭터가 조금은 겹치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기라면 그걸 택해요. 앞으로도 변신하기 위해 작품을 택할 생각은 없어요."

공유는 작품을 할 때 애드리브를 즐겨 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극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선 많은 시도를 하려 한다고 전했다.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철저히 대본 위주로 연기하는 편은 아니에요. 다행히 '실내에서 왜 담배를 피워', '이래서 애한텐 아무거나 먹이면 안 돼'라는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죠. 감독님이 좋아하셨어요. 실제 배우가 쓰는 말투를 많이 반영하려 해주시기도 했죠. 근데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웃는다고 관객이 웃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극장에선 웃음이 별로 안 나오던데요?" (웃음)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던 '서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봉일이 밀리면서 지난 15일부터 관객을 만나게 됐다. 결국 '서복'은 극장과 OTT 서비스인 티빙 동시 개봉이라는 결단을 내린다. 공유는 "개봉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며 개봉 자체가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처음 (동시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당황하기도 했어요. 처음 겪는 새로운 일이었으니까요.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흐름인 거 같아요. 극장과 집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어느덧 데뷔 20년 차다. 공유는 요즘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지도 고민하는 중이다.

"하루하루 소중히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노력할 거예요. 원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고, 과거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이었어요. 이젠 우선 오늘을 충실히, 감사히 잘 살아내잔 생각을 많이 해요. 인생은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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