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동,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강도 높은 규제책을 꺼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번 규제를 되레 반기는 분위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세훈표 재건축의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집값도 크게 안정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21일 압구정 아파트 지구 24개 단지, 여의도 아파트 지구 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 사업 지구 14개 단지,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구역 지정은 27일 발효된다.
시는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와 한강변 재개발 구역 일대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착되고 매물 소진과 호가 급등이 나타나는 등 투기 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서울시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난해 6·17 대책에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을 포함해 총 50.27㎢로 확대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규제 정책 중에서도 제법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가 없이 토지 거래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임대가 금지되는 만큼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매매조건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거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억 원씩 치솟던 급등세도 일단은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해당 지역에선 이번 규제에 오히려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번 규제 조치를 재건축 활성화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일대 A공인 측은 “재건축 관련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며 "이 일대 단지들이 워낙 노후해서 주민들은 하루빨리 진행되길 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발표한 날 오 시장은 정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위한 개선 건의안을 발송했다.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2018년 2월부터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주거환경이나 설비 노후도 등 실생활보다는 구조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시의 지적이다. 한쪽에서 규제 카드를 꺼낸 동시에 다른 한쪽으로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투트랙으로 정책을 진행한 셈이다.
이정화 도시계획국장도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오세훈 시장의 주택공급확대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 개선안 국토부 건의, 시의회와의 협력, 시 자체적인 노력 등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사전조치 시행에 더해 투기수요 차단책을 가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주택 거래 시 허가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정비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사전 포석으로 읽히면서 낮은 거래량 속에서도 가격은 강보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