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농담처럼 부상한 가상화폐 도지코인. 시가총액에선 한때 포드자동차를 능가하기도 했지만, 결국 거품이 꺼져 장난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시장 담당 수석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는 “페이스북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최근 내놨다. 페이스북도 시작은 장난이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학 재학 시절 친구들과 술김에 ‘페이스매시’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페이스매시는 여학생 외모를 품평해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였다. 그러던 것이 ‘더페이스북’으로 진화해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됐고, ‘페이스북’으로서 학교를 벗어나 지역, 국경을 넘으면서 지금의 세계적인 소셜미디어로 성장했다.
도지코인도 시작은 페이스북과 다르지 않았다. 비트코인 열풍 초기인 2013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장난삼아 만들었다. 이들은 당시 인터넷 밈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채택, 이름도 시바견 밈을 뜻하는 ‘도지’를 그대로 따와 ‘도지코인’이라고 지었다. 장난처럼 만들어진 도지코인은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만들어지면서 2014년 1월 시가총액이 6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2015년 중반까지 1000억 코인이 유통됐고, 이후 매년 52억5600만 코인이 추가됐다. 도지코인을 도입한 앱은 없지만 인터넷 칩 시스템으로서 견인력을 얻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에선 흥미롭거나 주목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할 목적으로 도지코인 칩을 다른 사용자에게 주고 있다. 다른 가상화폐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도지코인 투자자들도 코인 가격이 오르면 흥분해 “TO THE MOON!(달까지 가자!)”이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쓰는 “가즈아~"와 같은 의미다.
한동안 잊혀졌던 도지코인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2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작은 X(아들)를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고 했고, 이달 1일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에는 “도지가 달에서 짖고 있다”고 쓰는 등 그가 ‘도지’를 언급할 때마다 도지코인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도지코인에 대한 재미있는 게시글과 유용한 정보가 넘친다.
하지만 이것이 도지코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건 아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도지코인을 사는 사람이 많은 반면, 가격 변동성에 내기를 하는 세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최근 급등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도지코인에 대한 거품론이 강하지만, 매킨토시는 이런 현상이 도지코인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2013년 3D 프린터가 일시적으로 유행하면서 3D시스템즈 주가가 3배 가까이 뛴 적이 있고, 2011년에는 5배나 뛰었던 희토류 관련주가 폭락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매킨토시는 현재 도지코인에 대한 과열 양상이 지난 1년간 다양한 투기 자산에 퍼진 과도한 움직임의 일부라고 해석했다. 특히 가상화폐는 규제가 최소한에 그치고, 가격을 제한하는 펀더멘털이 존재하지 않아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주가는 도박 본능이 그에 상응하는 기간에만 작동하지만, 가상화폐는 별 이유 없어도 널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도지코인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와 밈 종목에 달려드는 모험을 좋아하는 레딧의 개인 트레이더가 얽혀 있으며, 이 조합은 게임스탑 소동을 연상케 한다. 게임스탑도 처음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단기간에 열기가 식어버리고 말았다.
매킨토시는 도지코인에서 불거진 시장의 과열이 식는다면 시장의 다른 부분도 급랭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더는 농담 같은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지코인의 시작은 페이스북과 같았지만 끝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