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개인 모든 거래 실시간 추적 가능
핀테크 산업 통제력 강화 수단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위안화의 국제화로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한 게 하나다. 또 다른 속셈은 전 국민의 자금 흐름 관련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다. 이에 중국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빅 브라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디지털 위안화를 명목으로 전 국민을 전면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디지털 위안화 실험은 막바지에 달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광둥성 선전을 시작으로 대도시 오프라인 상점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2월 베이징과 청두에서 각각 1000만 위안(약 17억 원)과 4000만 위안 규모의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펼쳤다. 이달 홍콩과 하이난에서도 시험에 들어갔으며 수개월 안에 칭다오와 다롄, 시안 등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공식 출시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활용해 디지털 위안화 선도국 위상을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속도를 내는 데는 달러 지배력 약화와 함께 ‘사회통제’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 이는 중국에서 디지털 가상화폐 논의 전개 양상이 다른 나라와 차이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는 분산화가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디지털 위안화 같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규제한다. 법화(Legal Tender, 통화의 원활한 유통을 위하여 법률로 강제 통용력을 부여한 화폐) 지위도 중국 정부가 보장한다. 이로써 중국 정부는 개개인의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위안화 기술 자체가 중국의 ‘감시국가’를 강화하도록 고안된 것이며 사회와 경제를 통제하려는 공산당의 의지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만다 호프만 호주전략정책연구소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사회통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디지털 위안화는 이를 가능케 하는 능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돈세탁과 부패, 테러 자금 조달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산업과 온라인 결제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싶어 한다.
현재 중국의 온라인 결제시장은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각각 운영하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양분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189조 위안에 달한다. 앤트그룹은 중국 정부의 제동으로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37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