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오야마학원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대부분의 가구주들이 60대 중반에 이르기 전에 은퇴한다. 은퇴 이후에는 근로소득이 0원이 되며, 근로소득 없이 그동안의 저축이나 퇴직금, 연금 등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간혹 치킨, 편의점, 커피숍 등의 자영업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의 평균 자영업 영속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결국 70세 이후에는, 얼마 안 되는 국민연금과 그 외의 부동산 임대소득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고, 임대소득이 없다면 자녀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흔히 ‘100세 시대, 미리 노후를 설계하라’, ‘은퇴 후 제2의 삶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러나 노후 설계는, 노동이 어려워지면서부터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내 몸을 눕힐 수 있는 내 집과 그동안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당할 노동에 기반하지 않는 소득의 준비로부터 출발한다. 즉, 성장한 자녀들에게 금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건물주가 아니라면 2주택이 필수다. 또한 보유 주택은 가급적 매도하지 않고 버티다가 사후 상속하게 된다. 이는 노년층이 절감하는 현실이자, 중장년층이 대비해야 하는 미래다. 정부는 주택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노년층을 투기꾼이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택임대소득에 의지하지 않도록, 그들의 주택이 사후 상속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역모기지 활성화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노년의 1주택 가구들에 한하여 자신들의 보유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금을 연금 형식으로 매월 분할 지급받되 사망 시에는 주택을 매각하여 일괄 정산하고 잔여분을 상속하는 제도를 생각해 보자. 노년 가구의 입장에서 실거주 주택 이외의 별도 임대용 주택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즉, 노년 가구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다주택 보유 유인도 낮출 수 있다. 주택 상속은 훨씬 적은 금액의 잔여분 현금 상속으로 대체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역모기지가 활성화되면 중장년층 역시 노후 설계를 위해 주택임대소득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현재도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역모기지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취약 계층을 위한 공적자금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입 당시 공시가로 연금의 현금 흐름을 고정시키며 그 대상도 9억원 이하 1주택 가구로 제한한다. 그런 규제들을 완화하고 종부세·양도세 관련 세제 혜택을 추가하여 민간 금융기관과 노년 가구들 모두 승자가 되는 역모기지 계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 금융기관들이 현금 흐름을 시가에 연동시킨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한다면, 평균수령액도 높이고, 물가와 주택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공유할 수 있다. 여건만 형성되면 공적자금 투입이 없더라도 은행과 보험사들이 앞다투어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이다.
최근에는 여당의 정성호 의원이 9억 원 이하 주택이라는 상한을 완화하여 노년 가구들이 주택연금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주택금융공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정부가 세금 납입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노동이 불가능한 노년층들의 임대소득조차 국가가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는 양측의 논리 모두 그럴듯하지만, 그 전제가 이미 고령화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발전적 논의를 차단함을 깨달아야 한다. 노년층의 주택임대소득 의존도를 낮추고, 중장년층의 노후 설계를 돕는 방안으로써 민간 역모기지 활성화가 논의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주택 상속 욕구가 강해서 역모기지가 활성화될 수 없다고 단정짓지만, 오히려 역모기지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해서 주택 상속 욕구가 강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