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의류 쇼핑몰서 배우 윤여정 모델 발탁
평소 ‘미니멀룩’ ‘무채색’ 즐겨입는 패셔니스타
오스카 시상식서도 ‘절제된 스타일’ 시선 집중
20대 대학생 L 씨는 최근 즐겨 입는 ‘니트 조끼’ 패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니트 조끼’는 요즘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할미 패션’ 중 하나다.
‘할미 패션’이란 노년층이 입을 법한 패션 스타일을 말하는데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뷔가 니트 조끼 의상을 선보이면서 스타일을 살리는 ‘잇템’으로 자리매김했다. MZ세대의 '할미 패션'은 니트 조끼를 넘어 니트 카디건·꽃무늬 원피스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할미 패션’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1020세대의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에서 원로배우 윤여정을 광고 모델로 발탁한 것이다.
한국 시각 26일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1947년생이다. 사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 속 배역인 ‘순자’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 나이 75세의 나이가 무색한 독보적인 패셔니스타이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평소 기본을 중시하는 ‘미니멀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가벼운 데님과 스트라이프 니트를 즐겨 입고, 스니커즈에 청바지를 매칭해 20대 젊은이 못지않은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색상도 검은색, 흰색과 같은 무채색 옷을 주로 입는다. 흔히 노년층들이 화려한 색과 디자인으로 나이를 감추려 하는 일반적인 경향과는 정반대다.
그렇게 ‘옷 좀 입을줄 아는’ 배우인 윤여정이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자 그의 패션에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윤여정은 두바이에 기반을 둔 ‘마마르 할림’ 드레스에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을 들고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올랐다.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마마르 할림’은 중동 유명 인사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주로 캐시미어, 실크, 레이온, 시폰 등 직물을 이용한다.
윤여정의 드레스는 시상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주름 장식 하나 없는 절제된 스타일이었지만 풍성한 치마폭으로 볼륨감을, 또 벨벳 허리띠로 포인트를 줬다. 어두운 드레스 컬러는 자연스러운 은발과 대조를 이뤘고, 올린 머리 덕에 스위스 주얼리 ‘쇼파드’의 하이 주얼리가 빛났다. 여기에 프랑스 브랜드 로저 비비에의 검은색 클러치백, 윤여정이 평소에 자주 착용하는 이탈리아 ‘보테가 베네타’의 신발까지 ‘다국적’ 브랜드가 조화를 이뤘다.
같은날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공식 트위터에 윤여정 비하인드 영상을 짧게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받기 위해 백스테이지에 등장했다. 그는 시상식 드레스 위에 카키색 항공 점퍼를 걸치고 나와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고 있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나이가 들면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에 급급한데, 윤여정은 적당한 핏감을 유지해 스타일을 잘 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소개한 102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광고에서 윤여정이 무심한 듯 툭 내뱉는 대사다. 쑥·인절미를 좋아하고 할머니 옷장에서나 볼 법한 니트 조끼와 꽃무늬 치마를 입는 젊은 세대를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라고 한단다.
‘할미 패션’에 열광하는 ‘할매니얼’이 즐겨 찾는 쇼핑몰에 ‘미니멀룩’과 ‘절제’의 대명사인 원로배우 윤여정이 모델로 등장한 건 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뭐 어떠하랴. 광고 카피처럼 남의 눈치 볼 거 뭐 있나. 마음 내키는 데로 내 마음대로 살겠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