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경련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폐지해야"…대안은?

입력 2021-04-27 15:29수정 2021-04-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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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7일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도입 근거로 제시됐던 '경제력 집중 억제'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대신 반독점법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1986년 상위 대기업그룹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상황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이전 상황을 보면 상위 30대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7년 34.1%에서 1982년 40.7%로 상승했다.

이에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자산총액 4000억 원 이상 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 원 이상 그룹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전경련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과거 국내 경제가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진 제도라면서 개방경제로 바뀐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 당시인 1980년대는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이 시작독점을 통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본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장 개방도는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 91.5%로 상승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가 57개국에 이른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외국기업이 언제든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서 국내 기업의 시장 독점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대기업도 해외시장을 상대로 활동한 지 오래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은 전체 매출 가운데 63.8%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대기업집단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30대 그룹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줄었다. 같은 기간 10대 그룹 매출 비중도 28.8%에서 24.6%로 떨어졌다.

전경련은 수출을 제외한 매출 비중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 대기업집단이 갖는 영향력을 계산하려면 수출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산 10조 원 이상 그룹의 매출집중도는 2019년 24.3%로 6.1%포인트 더 낮다.

전경련은 과도한 규제가 신사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ㆍ유망 중소기업 인수ㆍ합병 등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각종 지원제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쿠팡이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경련 주장이다.

전경련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던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폐지를 강조했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문제도 사후 규제를 통해 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할 때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배임이나 다중대표소송 등 현재 제도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며 "경제가 커지면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만히 내버려 둬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 경제력 집중이라는 것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대신 반독점법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당연히 개선해야 하지만 무조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다 묶어서 규제하는 것은 중복규제"라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본적으로 독점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고 전체 고용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면 반독점법으로 규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력 집중 폐해가 너무 크고 사익 편취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계속 가져가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도 낙후돼 있어 입증 책임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디스커버리 제도 역시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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