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납부하기로 한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관심이 쏠린다. 12조 원이란 액수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이며, 우리 정부가 걷는 전체 상속세 3년치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28일 "유족들은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 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속세 대부분은 고 이 회장이 남긴 계열사 주식에 대한 것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상속재산가액은 18조9633억 원으로 확정됐는데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률(20%), 최고 상속세율(50%), 자진 신고 공제율(3%)을 차례로 적용한 상속세가 11조400억 원이다. 나머지 상속세 1조 원가량은 부동산과 예술품 등 다른 유산에 매겨진 것이다.
상속세의 첫 번째 납부기한은 30일이다. 상속세 규모가 큰 만큼 일시에 납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유족들은 앞으로 5년 연부연납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30일 신고 납부와 함께 12조여 원의 6분의 1인 2조 원을 납부하고, 나머지 10조 원은 연 1.2%의 이자를 더해 2026년까지 5년 간 분납하는 형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고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 원을 이 방식으로 내고 있다.
정부는 당장 올해 납부되는 이건희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세수 전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 시점 이후인 지난해 10월25일 별세했고, 상속방법과 그에 따른 상속세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납부되는 상속세는 세입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대한 세수가 발생하면서 내년 예산안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2021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국세 수입을 282조8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상속 연납분이 납부되면 284조 원가량으로 0.7% 늘어난다.
이후 2026년까지 납부되는 상속세는 세수로 잡히게 되는데 매년 2조 원 안팎의 신규 세수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중기 세입 전망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재부는 △2022년 296조5000억 원 △202년 310조1000억 원 △2024년 325조5000억 원으로 국세 수입을 전망했는데, 여기에 매년 2조 원씩이 추가되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아직 증가분을 반영하지 않은 만큼 추후 예산 편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편성했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12조 원에 육박하는 세수가 확보되는 만큼 재정운용에 있어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