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미국이 인도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는 이유는?

입력 2021-04-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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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연일 3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며 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 입장에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지원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미국의 갑작스런 인도 지원이 '인도주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지정학적 논리' 때문이란 의혹에서다. 그렇다면 미국이 인도를 지원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미국은 이미 주문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2000만 회분을 인도에 공급하기로 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AZ 백신 2000만 회분 인도에 공급…"백신의 무기고 될 것"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는 인도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2000만 회분을 포함해 1억 달러(약 1110억 원)에 달하는 긴급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26일 "미국이 60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이용 가능할 때 다른 나라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확한 시점이나 지원 대상 국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성명을 통해 인도가 포함됐음이 공식 확인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대한 백신 지원과 관련, 미국이 다른 나라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민주주의(국가)의 무기고였던 것처럼"이라며 이같이 미국의 적극적인 대응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백신을 인도 등 다른 국가에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은 '백신 이기주의'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백신 지원 이유는?…"백신 이기주의 비판·중러 견제" 분석

미국이 백신을 인도 등 다른 국가에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은 '백신 이기주의'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민의 접종을 우선으로 하고 인구수보다도 많은 백신을 확보했다. 또한, 전시에나 동원되는 법안인 국방물자생산법을 앞세워 백신 원료의 수출도 막았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백신이 부족한 나라들 사이에서 백신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백신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을 역내에서 견제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백신 지원이 정치적인 고려 때문이 아닌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점을 언급했지만, 일각에서는 인도에 대한 지원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 같은 지정학적 경쟁국이 곳곳에 진출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체 백신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자국 생산 백신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백신을 외교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시노팜·시노백 등 중국산 백신을 승인한 나라는 중국 외 브라질, 파키스탄 등 60여 개국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도 현재 이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아시아와 남미, 동유럽 등 60여 개 국가에서 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D.C. (EPA연합뉴스)

쿼드 통한 중국 견제라는 해석도…中 언론 "불순한 의도 있어"

미국의 인도에 대한 코로나19 긴급 지원과 관련, 호주·인도·일본과 함께 4개국 비공식 협의체 '쿼드'(Quad)를 구성한 미국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는 백신 전문가 그룹을 마련, 인도태평양 지역의 영향력 확대와 중국 견제를 위한 백신 지원을 논의해왔다.

실제로 또 다른 쿼드 참여국인 일본의 경우 최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한 뒤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통화해 일본 내 16세 이상 모든 국민 접종에 필요한 만큼의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의 대인도 코로나19 지원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27일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미국의 뒤늦은 인도 지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도 지원에 부정적이던 미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인도 지원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미국과 조율한 듯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신문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에서 과학과 인도주의가 아닌 지정학적 논리가 작용한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며 "미국은 세계의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 이번 인도 지원이 미국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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