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만 해도 거칠 것 없이 상승하던 국내 증시가 코스피 지수의 3200선 돌파와 함께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후 박스권에 머물던 국내 증시는 이달 중순 다시 박스권 돌파를 시도했지만 주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투자주체들이 대형주들보다 중소형주로 관심을 옮겨가면서 지수 상승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주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업종별 실적 편차 극과 극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컨센서스(추정기관 3곳 이상)가 나온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을 업종별로 분류한 결과 총 45개 업종 중 88% 수준인 40개 업종의 실적이 전년대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실적 장세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도 상장사들의 실적이 예상치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이로인한 기저효과와 더불어 빠른 실적 회복으로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 예상치를 볼 때 가장 많은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부품이다. 지난 해 2분기 자동차부품업종은 4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1조1586억 원이 예상되며 무려 2575.1%의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쇼티지가 ‘수요증가’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지연수요 발생과 신차 사이클이 겹치며 생산·실적 회복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금속 및 광물업종이 지난 해 2분기 507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2조2372억 원으로 340.8%의 신장세가 예상된다. 뒤를 이어 자동차(313.5%), 섬유 및 의복(256.7%), 해상운수(236.7%), 화학(170.9%), 전자장비 및 기기(141.9%), 의료장비 및 서비스(136.1%) 등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또한 조선, 석유 및 가스, 백화점, 미디어, 디스플레이 및 관련부품, 도소매 업종의 지난 해 2분기와 비교해 흑자전환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증권업종은 전년대비 –14.4% 가량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상업서비스와 건축소재 업종 역시 각각 –2.9%, -2.3%의 실적 하락이 일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항공운수와 전력 업종은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주가는 업종별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수익률 상위 업종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익전망치가 상향조정되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의 상 승폭이 크지 않은 업종이라는 점”이라며 “철강, 디스플레이, 운송, 에너지 업종의 경우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연초대비 높지 않은 수준임에 따라 긍정적인 실적발표 이후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좋기만 할까? 변수도 많아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지난 해 1, 2분기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실적 개선주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기업 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힘도 유동성에서 실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IMF가 4월 경제전망을 통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며 “세계 경제의 회복세 강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실적시즌에 돌입하며, 국내외 증시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각국의 코로나19 부양책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그간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 실적 중심의 펀더멘털 장세로 넘어가는 과정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적만 믿기에는 금리, 환율 등 변수가 다양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측면에서 연초 이후 미국 달러화 강세 흐름이 신흥국 전체에 부담 요인이다”면서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국가별 외국인 수급 변화와 실질 실효환율 변화 사이에서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