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경제연구소장
동일한 부동산이라도 사용되는 가격은 아주 많고 복잡하다. 대표적인 것들이 실거래가격, 공시지가(가격), 기준시가, 시가표준액, 공정시장가액, 감정평가액, 국민은행 조사가격 등이다. 전문가라도 모두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대략 살펴보자.
실거래가격은 부동산매매 당사자와 중개업자가 실제 거래했다고 지자체에 신고한 가격이고, 공시지가는 국토부장관이 매년 과세와 부담금 등의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조사 발표하는 가격이다. 기준시가는 국세청의 국세 과세 기준가격이고, 시가표준액은 지자체의 지방세 과세 기준가격이다. 이 둘은 모두 공시가격을 기초로 하는데, 왜 구분했는지 모르겠다. 공정시장가액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어 주기 위해 적용되는 가격인데, 여기에 공정이란 말이 들어간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감정평가액은 부동산의 경매나 강제수용 등에 사용되는 가격으로 감정평가 기관이 산정하는 가격이다. 국민은행 가격은 부동산 가격지수 산정기관의 하나인 국민은행에서 조사하는 가격이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복잡한 것은 행정편의와 부동산에 대한 세금 특혜 등을 위해 그때 그때 새로운 가격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으로 문제가 많다.
첫째는 조세법정주의를 무력화시킨다. 재산세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의 부동산 세금은 국회에서 정한 세율보다 국토부의 공시지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비정상적인 조세 시스템이다. 세금은 장관이나 시장이 멋대로 깎아 주거나 더 받아서는 안 된다.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은 국회에서 법으로 정해져야 법치주의 국가이다. 둘째는 국가가 부동산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고 있다고 국민을 속이는 수단이다. 재산세 중과나 종부세 부과 기준인 6억 원 9억 원 등이 시가가 아니고 공시지가이다. 시가로는 10억 원, 15억 원이 넘을 수 있다. 또한 종부세는 공시지가로 한번, 공정시장가액으로 다시 한번 깎아주고 있어 실제 세율이 법정 세율보다 크게 낮다. 셋째는 국민과 시장을 혼란스럽고 불투명하게 만든다. 정보가 많은 사람이나 공무원 등과 연(緣)이 있는 사람은 이익을 보기 쉬운 구조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자동적으로 세금이 올라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자동안정 기능도 작동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은 원래 거품이 발생하기 쉬운데 한국은 이 때문에 거품 가능성이 더 크다.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것이 집값·집세 안정의 첫걸음이다. 이를 위해 자의적이고 복잡한 부동산 가격 체계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부동산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하나의 가격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1년 과세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격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 까지 1년간의 실거래 가격의 평균을 기초로 산정한다. 한국은 표준화된 부동산인 아파트가 많아 실거래 가격을 기초로 시가를 산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토지 등과 같이 거래가 적은 부동산은 현행 감정평가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이때도 감정평가액은 가능한 시가에 근접하도록 엄격하게 산정하게 한다.
전국의 부동산에 대한 시가를 평가하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국토부는 전국 부동산의 공시지가를 매년 산정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LH토지주택연구원 등 부동산 관련 기존 기관을 활용하고, 한국은행 통계청 등 통계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큰 부담 없이 부동산의 시가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공시지가 대신 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면 세금이 오를 수 있으므로, 세금 부담이 늘지 않게 재산세 종부세 등의 세율은 인하해야 한다. 그러면 재산세나 종부세 등의 실제 세율이 낮은지 높은지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다. 농민의 자경농지, 기업의 공장과 사무실 등 직접 생산 활동에 쓰이는 부동산에 대한 세율은 더 낮게 정하면 된다. 한국의 부동산도 이렇게 적폐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