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연계정보] (중) 과기정통부의 연이은 연계정보 ‘임시허가’…지나친 역 혜택?

입력 2021-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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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계정보 활성화 사업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을 경우,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일상에 스며든 연계정보…‘필수’ 체크 안 하면 회원가입 불가

연계정보는 이미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회원가입시 요구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필수) 항목이 그 예다. 필수로 기재된 항목은 체크하지 않으면 회원가입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없다. ‘전체 동의’에 체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집되는 개인정보 항목을 일일이 확인하는 이는 드물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의 ‘2020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86.6%는 인터넷상 개인정보 제공 동의 시 필수사항 이외의 선택사항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상 개인정보 제공 동의 시 이용약관을 항상 확인한다는 응답도 19.0%에 불과했다.

이 빈틈을 타고 광범위하게 연계정보가 수집되고 있다. 실제 이투데이가 SKTㆍKTㆍ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확인한 결과 모든 통신사에서 서비스 가입ㆍ변경ㆍ해지나 본인 확인서비스,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계정보(CI)를 수집하고 있다. 2017년 김성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3~2017년 사이에만 통신사들의 본인 확인서비스 처리 건수는 약 37억 건에 달했다.

통신사 외에도 온라인 회원 가입 시 마주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항목에서 연계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업체는 사실상 전혀 없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일일이 이용약관을 확인하지 않는 사이, 주민등록번호에 준하는 연계정보가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있다. 약관에 대해 이해하고 있더라도 해당 수집 거부 시 서비스 이용 제한에 있어 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업체는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동의 거부 시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다”라고 함께 고지하고 있다.

◇2019년에 이어 2021년에도 주어지는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

인터넷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힘쓰기 어려운 상황에도 정부는 되레 연계정보 사용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5일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하는 ‘모바일 전자고지’ 사이트에 따르면 총 227개 기관에서 연계정보를 활용한 모바일 전자고지를 활용하고 있다. 정부부처 4건, 지자체 91건, 공공기관 29건, 민간 103건이다. 병무청의 입영 통지서, 국세청의 근로소득간이지급명세서 제출 안내문, 여성가족부의 성범죄자 알림 고지문을 비롯해 지자체의 지방세 체납 안내문,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안내문 등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를 통해 제공되는 것이 그 예다

관련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2019년 2월 14일 과기정통부는 카카오페이와 KT의 ‘메신저·문자 기반 행정·공공기관 고지서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에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네이버는 ‘행정·공공기관 고지서 모바일 전자고지’, 올해 1월 NHN페이코 또한 각종 고지서를 페이코 앱으로 통지하고 확인하는 서비스에 대해 임시허가를 받았다.

과기정통부의 이와 같은 결정은 산업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결과다. 모바일 고지를 위해서는 행정·공공기관이 보유한 주민등록번호를 본인확인 기관에 의뢰해 연계정보(CI)로 일괄 변환해야 한다. 반면 현행 정보통신망법 관련 고시에 본인확인 기관은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해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용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아 연계정보를 변환한 후 활용하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주장에 과기정통부가 적극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이어 2020년 7월 12일 과기정통부는 올해 추진할 주요 제도개선 계획 중 하나로 ‘본인확인 기관지정 등에 관한 기준 개정’을 꼽기도 했다. 본인확인 기관의 주민등록번호 연계정보 일괄 변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관련 진척상황에 대한 질문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임시허가나 이런 부분들은 방통위에서 해주는 거로 알고 있다”라며 “(연계정보와 관련한) 특별한 문제가 없어서 허가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연계정보의 활용이 낳을 문제에 대한 파악 없이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나 제도개선 등을 전담하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연계정보가 본인확인 후 나오는 부수적인 산물인 만큼, 원칙적으로 방통위가 연계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100% 통제가 되느냐에 대해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업자에게 주어진 지나친 ‘역 혜택’?…“연계정보 굳이 없어도 되는데”

시민단체는 연계정보가 법의 허점을 활용한 꼼수라는 입장이다. 주민등록번호와 연계정보가 1대1로 대응돼 사실상 차이가 없기 때문.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정보 보호법 등 수집·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는 한편, 연계정보는 범용 식별정보로 분류돼 제재 없이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만큼 오히려 연계정보가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연계정보가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인터넷 기업 사이의 온·오프라인 서비스 연계를 넘어 수사기관에 의한 수사대상자 식별 및 수사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의 경우 단순 안내에 대한 통지에 그치지 않고 교통범칙금, 과태료, 하이패스 통행료 미납통지 등 공공적인 불이익 조치 역시 예정돼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e프라이버스 클린서비스’를 보면 인터넷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아이핀, 휴대폰만 있으면 (이용자가) 가입한 웹사이트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라며 “프라이버시 보호 캠페인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정부가 이용자의 사이트 가입 내역을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연계정보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흘러 들어갈 경우, 개인정보가 지나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오 대표는 “한국의 보안 인증이 현실의 개인을 정확히 식별해내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라며 “연계정보의 활성화는 역차별이 아닌 기업들에 주는 ‘역 혜택’”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연계정보 수집 거부권이 없다는 점 또한 한계다. 통상 휴대폰 본인 인증 서비스나 홈페이지 가입 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를 받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연계정보가 수집되지만, 사용자들이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불어 이렇게 수집된 연계정보에 대한 실태조사도 사실상 미진하다. 과기정통부의 임시허가 조치에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준수를 이행해야 한다는 단서를 단 바 있다.

관련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 있냐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본인확인 기관이 발급한 연계정보는 정기점검을 하며 통제하고 있다”면서도 “(연계정보가) 워낙 많이 쓰여 다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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