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2인자 ‘요기요’ 인수전의 서막이 올랐다.
IT 기업이 아닌 유통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이 인수에 뛰어든 가운데, 요기요의 몸값을 놓고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단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한이 정해진 데다 배달 앱 삼인자가 덩치를 불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도 도장을 찍을 수 있단 것이다. 이에 요기요는 IT 인재를 확보해 미래를 대비하겠단 전략을 내놨다.
◇신세계ㆍ야놀자ㆍ사모펀드 예비입찰 참여…시너지 기대=지난 4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요기요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유통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이다. 유통 대기업 중에서는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이름을 올렸고, 숙박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유니콘 기업 야놀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수에 나선 기업들이 요기요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통 대기업의 경우 배달 부문을 강화해 온ㆍ오프라인 플랫폼을 연계할 수 있다.
신세계의 경우 ‘라스트마일(주문한 물건이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시너지를 염두에 둔 모양새다. 요기요의 배달 인프라를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단 것이다.
또한, 국내외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야놀자는 이미 보유한 숙박 플랫폼에 배달 기능까지 추가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숙박부터 음식까지 여가 산업 전반을 영위하는 ‘슈퍼 앱’을 만들 수 있어서다.
◇위태로운 ‘시장 2위’ 요기요, 몸값이 관건=요기요는 지난해 12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독일 DH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요기요를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민과 2위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독과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따라서 DH는 우아한형제들과 합병하는 대신 요기요를 운영 중인 DH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기한은 6개월로 DH는 8월 4일까지 요기요의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남은 문제는 가격이다. 요기요 몸값은 애초 2조 원 규모로 점쳐졌다. DH코리아의 희망 매각가도 3조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거래 가격이 1조 원에서 최소 5000억 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DH가 요기요를 무조건 매각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매각 논의를 시작했던 지난해 말과 시장 상황이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3인자였던 쿠팡이츠가 무서운 속도로 배달 앱 점유율을 높이면서 요기요의 매력도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단 분석이다. 업계에선 올해 초 기준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을 배달의민족 66.0%, 요기요 17.9%, 쿠팡이츠 13.6%로 보고 있다. 지난해 중순 5~7%대에 불과하던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나 요기요를 추격하고 있단 것이다.
애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던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도 참여하지 않아 요기요 몸값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매각 기한이 정해져 있어 낮은 가격일지라도 DH가 기한 내에 일단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직접 인수를 타진한 기업들뿐만 아니라, 입찰에 참여한 PEF들도 타 기업과 손잡고 인수에 나설 것이란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매각을 앞둔 요기요는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몸값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단 움직임이다. IT 핵심 인재를 확충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단 목표도 세웠다. 지난 3월 DH코리아는 R&D 조직을 최대 1000명까지 늘리는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기존 인력의 연봉도 최대 2000만 원까지 올렸다.
요기요 관계자는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개발 경쟁력 확보를 통해 우리 구성원과 회사는 물론 요기요 고객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만족해 나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