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리고 절단돼도 끄떡없어”…세계 최고 강도 자가치유 신소재 개발

입력 2021-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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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블ㆍ폴더블 스마트폰 접힐 때 발생하는 손상 문제 해결 기대

▲이 소재를 절단 후 다시 이어붙여도(왼쪽) 400%이상 늘어나고 (오른쪽) 10kg 이상의 하중을 견딘다.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울버린, 터미네이터와 같은 SF 영화에서 주인공은 신체가 찢어지거나 절단돼도 상처를 스스로 회복하는 자가치유 초능력을 갖는다. 이와 같은 세계 최고 강도의 자가치유 신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부경대 공동연구팀과 실온에서 절단돼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가치유 기능을 가지면서 신발 밑창만큼 질긴 소재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소재는 지금까지 개발된 자가치유 소재 중 기계적 강도가 가장 높다.

자가치유 소재는 지금까지 소재를 당겨 끊어질 때까지 들어가는 힘, 즉 인장강도가 약했다. 자가치유가 잘 되려면 분자 간 결합이 느슨하고 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단한 고체가 아닌 젤리처럼 부드러워야 회복이 잘 된다. 기존 자가치유 소재는 이처럼 말랑말랑하고 무르다. 하지만 자가치유 소재가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외부 마찰이나 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해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위) 정지 시에는 불규칙한 수소결합으로 부드러워 자가치유가 잘되며, (아래) 외부에서 충격이 발생했을때는 규칙적인 수소결합으로 단단해진다.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단단하고 질기면서도 자가치유 능력이 좋은, 두 가지 모순된 속성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외부 마찰이나 충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물질의 분자 결합이 견고해지면서 단단한 결정(크리스털)으로 변해 충격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고, 충격 후에는 분자 이동이 자유로운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가 손상을 스스로 회복하는 원리다. 이렇게 외부 충격 여부에 따라 화학물질이 변하는 현상을 소재에 적용한 예는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개발된 소재는 인장강도가 43MPa(메가파스칼) 이상으로 측정됐다. 신발 밑창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연구팀이 2018년 개발한 소재보다 강도가 6배나 높다. 지금까지 인장강도 최고기록은 일본 동경대학교나 RIKEN 연구소가 달성한 20~30MPa 정도다.

오동엽 화학연 박사는 “롤러블ㆍ폴더블 스마트폰이 여러 번 펼치고 접는 과정에서 화면이나 본체가 점차 하얗게 변하며 약해지는 현상을 소재 피로 손상이라고 하는데 롤러블ㆍ폴더블 디스플레이 상용화 후에도 소비자들 만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라며 “개발된 소재를 적용할 시 롤러블ㆍ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발생하는 손상을 끊임없이 회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 분야 분야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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