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계정 수는 1124만 개 달해
일일 주식 거래량·벤치마크 지수 기록 대행진
대만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성공과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잘 나가면서 주식 투자 열기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대만에서 지난해 67만 명이 주식거래 계좌를 개설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총 계정 수는 1124만 개에 달해 대만 인구의 거의 절반이 현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10일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도 젊은 층이 주식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대만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계좌를 개설한 사람의 42% 이상이 30세 미만이다.
그러나 노인들도 주식 투자에 달려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은퇴한 65세의 한 현지 투자자는 닛케이에 “지난해 투자수익률이 200%에 달했다”며 “대만의 모든 경제지표가 상향 트렌드를 가리키고 있어 나처럼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도 증시에서 돈을 버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작년 3월 13대만달러(약 522원)까지 떨어지면서 6년래 최저치를 찍은 대만 메이저 선사 완하이라인스 주식을 매입하고 나서 수개월 뒤 주당 39달러에 팔았다. 또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주식 약 4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TSMC 주식을 주당 400대만달러에 매입했는데 7일 이 회사 종가는 599대만달러였다.
대만에서는 식당과 카페,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까지 주식이 종종 대화 주제로 오르내리고 있으며 막대한 유입으로 대만 주식 일일 거래량은 지난달 22일 6000억 대만달러(약 24조108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대만증시 벤치마크인 가권지수는 지난해 3월 한때 1만 포인트 밑으로 떨어졌지만, 올해 4월 26일 1만7572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적으로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종목이 대만증시 호황을 이끌었다. 대만증시 시총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TSMC 주가는 지난 1년간 두 배 이상 뛰었으며 경쟁사인 UMC는 네 배 폭등했다. 퀄컴에 이어 세계 2위 모바일 칩 설계업체인 미디어텍 주가도 185% 이상 올랐다.
대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그에 따라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인 것도 증시에 훈풍을 불었다. 대만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98%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추월했다.
반도체는 물론 구리와 철강 등 원자재에서 해운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주가 강세가 확산했다. 대만 양대 해운업체인 에버그린과 양밍해운은 최근 1년간 주가가 각각 7배, 11.5배 폭등했다.
다만 현재 경제 성장과 증시 호황을 주도하는 기술산업이 대만증시에 또 다른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세계무역기구(WTO)·역내무역협정(RTA)센터의 리춘 부소장은 “자동차와 전자 제조업체의 칩 부족으로 대만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좋지만,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며 “미국과 유럽, 일본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회귀)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대만에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심각한 물 부족 사태와 미국과 중국의 계속되는 긴장도 대만 반도체 산업에 불확실성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