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형 PEF]④“덩치 키운 PEF,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 시급...규제 풀어줘야”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운 PEF 발 ‘쩐의 전쟁’이 올해도 지속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수익률 게임에 참여하기보다는 국내 PEF 스스로 자본시장과 국내 산업의 체질 개선의 주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재계와 자본시장이 모두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기업혁신금융센터장은 “국내 PEF 시장은 제도 도입 취지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며 “시장 규모 등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운용의 질 측면에서도 일정한 발전 궤도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19년 PEF가 투자를 끝내고 회수(엑시트)한 금액은 11조7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2015년 5조8000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국내 PEF에 돈을 대는 출자자는 주로 국민연금 등 다수로부터 위탁받아 자금을 굴리는 ‘큰손’이다. PEF의 이익이 곧 국민 노후 자산 증식으로 연결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PEF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박 센터장은 “PEF의 본질적 역할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가치 창출”이라며 “무엇보다 운용역량 개선이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PEF 운용사의 경우 대부분 투자를 집중하는 바이아웃에서 기업 성장을 확실히 끌어내 현금 흐름의 개선 모습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운용역량을 개선한 성과 창출은 해외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PEF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아울러 최근에는 PEF가 대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안정적 운영을 할 것이란 신뢰가 커졌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지주와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오너들의 세대교체가 M&A 변혁을 이끌고 있어 국내 PEF들이 한국 기업 세계화에 기여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IB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고 경영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오퍼레이팅(Operating) 자문 전문조직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PEF가 적극적으로 해외투자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IB들이 독식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시장에서 자문할 수 있는 국내 금융회사가 흔치 않아서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 M&A는 골드만삭스나 JP모건, 씨티,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외국계 IB들이 도맡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