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에 출연하면서 나의 도전을 하나 뛰어넘은 것 같아요.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나와의 싸움을 이긴 것에도 만족해요.”
20여년 동안 뮤지컬 외길 인생만 걸어온 배우 정선아는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뮤지컬이 아닌 가요를 불러 3연속 가왕에 등극했다. 스스로 자신이 없어 망설였다고 했지만,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딛으며 그동안 숨겨둔 자신만의 끼를 마음껏 방출해냈다.
12일 화상으로 만난 정선아는 “그간 방송가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가요라는 장르에 용기가 나지 않아서 포기한 적이 많았다. 이번에는 나의 한계를 벗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복면가왕’에 출연했는데 끝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하면서 다른 장르에 도전하기 어려웠어요. 가요를 다른 분들처럼 잘 알지 못하고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서 복면가왕 제작진에게 ‘다음에 좋은 기회 되면 가볼게요’ 했죠.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겪으면서 많은 무대가 사라지고, 관객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TV를 보면서 가요를 부르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고 치유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뮤지컬 무대만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하는 분들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서 보여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 드렸죠.”
정선아는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자랑하며 첫 듀엣 대결 무대 ‘Never Ending Stroy’를 시작으로 김현성의 ‘헤븐’(Heaven)부터 나얼의 ‘바람기억’, 신효범의 ‘세상은’ 등의 다채로운 무대를 꾸미며 뛰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 또한 3연승을 차지할 때에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소화해 판정단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선아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을 꼽았고, ‘복면가왕’ 패널들의 평가 중에서는 산다라 박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여러 가지 곡을 고르고 작가님들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대중 분들이 좋아하는 느낌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죠. 하나하나 버릴 수 없고 감사한 곡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롤린’의 무대다.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게 저한테도 쉽지 않았고, 제 창법과도 달라서 고민했는데 편곡을 잘해주셔서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셨지만 산다라박 씨가 좋은 반응을 해주셨어요. ‘계속 보고 싶다’, ‘콘서트나 공연 있으면 찾아가고 싶다’라는 이야기가 큰 힘이 됐어요. 가면을 쓰고 있을 때도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 주셨죠. ‘복면가왕’은 무대를 하고 바로 피드백, 코멘트를 받는 게 색다르고 감동적이었어요.”
오랫동안 뮤지컬로 체력을 단련해왔지만, ‘복면가왕’ 녹화와 함께 일주일에 4회 공연을 하는 뮤지컬 ‘위키드’까지 함께 병행한 정선아는 체력적으로도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 힘듦은 기량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연이 일주일에 네 번이고 나머지 시간은 하루도 쉬지 않고 가요 레슨을 받았어요. 가요 발성과 공연 발성이 달라서 연습 초반 난항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저의 기량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됐어요. 두려울 게 없어졌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공연을 하면서 다른 걸 병행하는 걸 무서워 했는데, 사람이 안되는 건 없구나 생각이 들었죠.”
올해 정선아는 뮤지컬 배우로 20주년을 맞게 됐다. 18세에 뮤지컬을 시작해 어느덧 자신의 인생의 절반 이상을 무대에서 보냈다. 그는 “인생에서 뮤지컬은 뗄 수 없는 사랑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가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을 너무 사랑해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20주년이 됐어요. 앞으로도 뮤지컬 배우 정선아라는 타이틀이 벗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간은 철이 없었는데 이제 책임감 있는 위치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주변을 보살피고, 배우, 스태프와 함께 조율하며 롤모델 최정원 선배처럼 뮤지컬계를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정선아는 20일부터 6월 27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리는 뮤지컬 ‘위키드’에서 착한 마녀 ‘글린다’로 출연한다.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늘 무대를 찾아주는 관객들을 보며 배우로서의 책임감, 사명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단다.
“일단 요즘은 아무탈 없이 공연 무대에 올라가 행복하게 공연을 하는 게 제일 큰 목표예요. 서울에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부산 관객분들 또한 많은 사랑을 부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코로나로 인해 뮤지컬계도 많이 힘들잖아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이렇게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데도 많은 분들이 뮤지컬 사랑해주시고 좌석을 꽉 채워드리니 매번 감사하죠. 배우로서 돌려드릴 수 있는 건 멋있는 무대, 관객들이 만족 할 수 있는 공연을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어요.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매회 무대에 서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