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노조,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에 불만 확산해 지난달 26일 설립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직 노조가 정의선 회장에 면담을 요청했다. 노조 설립 후 첫 번째 공식 행보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하 사무직 노조)은 정 회장과의 상견례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위원장 명의의 공문을 전날 사 측에 발송했다.
노조는 공문에서 “우리 노조의 설립은 매스컴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으셨으리라 생각한다”라며 “당 노조는 현대차그룹 최초의 사무연구직 노동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노조”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임단협이 얼마나 험난할지 회사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하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회사, 생산방식의 변화라는 두려움 속에서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 모두 더는 물러설 수도, 후퇴할 수도 없다. 우리 노조 역시 손쉬운 퇴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퇴로가 없는 양 당사자의 만남은 그러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내달 4일까지 상견례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무직 노조는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했다. 임단협을 주도하는 생산직이 정년 연장 합의에 치중해 성과급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불만이 확산하며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별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출범 당시 가입 인원은 500명 정도로 이후로도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임단협 교섭에 사무직 노조가 참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행법에 따르면 복수노조 체계에서는 노조가 사 측과 임단협을 진행할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서로 합의하지 못하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확보한 쪽이 교섭 대표 노조가 된다. 기존의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지부는 조합원 4만9000명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사무직 노조가 별도 교섭권을 인정받으려면 노동위원회에 교섭 단위 분리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사무직 노조는 일단 몸집을 키우고 존재감을 알리는 것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