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드노믹스 집중분석] 신자유주의 종식 선언한 바이든, 그 핵심은 기존 경제 사고방식 전복

입력 2021-05-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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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만에 레이거노믹스 종식하고 새 경제 질서 쏘아올려
성장·세금 등 여러 부분서 관점 근본적으로 달라
지출 늘려 수요 살리기·증세 추진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은 단순한 정권 교체 수준을 넘어섰다. 수십 년간 서구권 경제의 근간이 된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통념을 깨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3탄에 걸쳐 총 6조 달러 규모의 슈퍼울트라급 경기부양안을 내놨다. 한국·일본·대만을 끌어들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은 세계화·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레이거노믹스’를 종식하고, 재정 지출 확대 및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 ‘바이드노믹스’를 쏘아 올렸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신자유주의, 케인스 학파 밀어내고 주류로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케인스 이론을 밀어내고 미국을 지배해왔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나라가 공황을 겪으면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스 경제학을 도입했다. 큰 정부가 소득 평준화와 완전고용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오일쇼크로 세계적인 불황이 몰려오자 케인스 이론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의 실패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국가 개입이 오히려 더 큰 비효율성을 초래했다며 케인스 이론의 ‘시장 실패’에 맞서 ‘정부 실패’를 내세웠다.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반영됐고 로널드 레이건에서 마거릿 대처,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서구권 지도자들이 펼친 경제 정책의 토대가 됐다. 밀턴 프리드먼, 하이예크 등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아담 스미스와 로크 시절의 자유주의로 돌아가자고 주장해 이름도 신자유주의로 불렸다.

바이든, 신자유주의 향해 메스 들어

현재 글로벌 시장경제의 사상적 뿌리인 신자유주의가 바이든 정부로 넘어오면서 무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도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행보였지만 경제학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와는 차별된다.

바이드노믹스는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신자유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성장=레이거노믹스는 공급 중시 경제학을 기반으로 한다. 조세 감면을 통해 경제의 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공급을 늘리면 수요가 창출되고 결국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다는 논리다. 반면 바이드노믹스는 정부 지출을 늘려 수요를 살려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강조한다. 바이든이 역대급 경기부양안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세금=바이드노믹스는 재정지출 확대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낸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현행 21%인 법인세 최고 세율을 28%로, 백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도 20%에서 두 배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높은 세금은 노동과 투자를 방해하고 최저임금 숙련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레이거노믹스에 정면 배치된다. 바이드노믹스는 높은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본다.

◇실업률=자연실업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실업률을 그 이하로 낮추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입장인 반면 바이드노믹스는 재정정책을 통해 실업률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본다. 낮은 실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발한다고 해도 지속적인 실업보다는 사회적 비용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지출=신자유주의는 정부 재정적자가 금리를 높이고 민간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기침체를 제외하고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이드노믹스는 글로벌 저금리는 저축이 풍부하고 수요가 만성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히려 적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복지=신자유주의에서 원조는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또 일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바이드노믹스는 원조를 보편적으로 접근한다. 간병처럼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노동이 대부분 시장 밖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과 유급 노동이 과대평가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맹신을 토대로 한 신자유주의가 40년 넘게 미국과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동안 부작용이 파생된 것도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바이드노믹스는 유의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전례 없는 경제 위기는 사고의 전환을 부추긴다. 다만 실업수당이 급증하자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대중국 포위식’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지정학적 갈등을 초래하는 등 바이드노믹스의 한계를 보완하는 치밀함이 보태져야 한다고 WSJ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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