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25일 오후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를 관람하러 왔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되지 않은채 보여주기쇼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원장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광주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애꾸눈 광대’를 관람했다. ’애꾸눈 광대'는 5·18 항쟁에 참여했다가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 이지현씨의 자전적인 삶을 각색한 연극이다.
시민들의 항의는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객석 일부에서 터져 나왔다.
작품 원작자이기도 한 이씨가 공연 감상과 광주 방문 소감을 듣기 위해 노 원장을 무대에 올리려 하자 “아버지 노태우의 사죄가 먼저다” “광주학살 원흉 5적의 자식” “다시는 광주에 오지 말라” 등 항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노 원장은 고성이 잇따르자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그는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키고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 원장은 “저도 연극을 보면서 그날의 아픔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지 가늠이 안 가지만,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광주의 예술인, 그걸 성원하는 많은 분이 계셔서 가슴이 먹먹했다”고 밝혔다.
5·18 진상규명과 관련한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원장은 최근 3년 동안 3차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사죄하는 등 5·18 가해자의 직계 가족으로는 최초로 5.18에 대해 사죄했다. 하지만 노 원장의 행보에 5월 단체들은 진정한 사과에 나서고 있지 않다며 시민들에 대한 공개 사과 등 진정성있는 모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5·18을 '광주사태'라고 표현하고 유혈 진압의 책임을 유언비어 탓으로 돌린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노 원장은 지난해 12월 개정판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실제 움직임은 없는 것은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