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빼돌린 것도 기술유출 가능성을 살펴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디스플레이용 OLED 재료를 개발·생산하는 B 사 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중국 동종 업체 C 사로 이직을 추진하면서 산업기술자료와 재료 등을 빼돌려 재판에 넘겨졌다.
C 사 관계자 D 씨로부터 돈을 받고 B사 설비를 이용해 C 사의 재료 성능평가를 해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피해회사가 막대한 자원과 노력을 기울여 취득한 산업기술 자료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중국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유출했는바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료를 D 씨에게 넘겨준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행위는 물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물인 재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재산상 이익이 아닌 재물은 업무상배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은 1심에서 일부 무죄로 인정된 재료 평가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료 부분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필요한 석명권 행사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보낸 재료들은 OLED 제작에 필요한 재료 혹은 관련 실험에 필요한 재료”라며 “재료들에는 피해회사의 기술 등이 포함돼 있어 경쟁업체에 무단으로 제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R 도펀트(쉽게 빛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 재료의 경우 C 사가 쉽게 입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재료를 송부한 이후 C 사는 R 도펀트 복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회사와 C 사의 관계, 재료의 성격, 검사 주장 등 비춰보면 공소사실 취지가 피고인이 재료를 송부함으로써 재료에 포함된 영업비밀, 영업상 주요 자산을 유출한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이해될 여지가 있고, 공소사실 기재가 명료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으로서는 검사에 대해 석명권을 행사해 그 취지를 분명히 한 다음 그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