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붐의 숨은 주역 액셀러레이터 ⑧] 베트남ㆍ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 ‘더인벤션랩’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 (윤기쁨 기자 modest12@)

“스타트업은 고객과 시장 안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다. 일반 법인이 공급자의 시각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스타트업은 수요자의 시각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한다. 좋은 스타트업은 시장과 고객에게 정답이 있다는 걸 안다.”

베트남과 오픈이노베이션에 정통한 액셀러레이터 더인벤션랩은 2017년 8월 개인투자조합 1호를 결성한 이후 현재까지 12개(총 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강남역에 있는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센터에서 현재 9개 기업을 보육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10억~20억 원 규모 코스닥 상장사가 LP(유동성 공급자)로 참여해 특정 분야에 시드 투자하는 목적성 펀드를 개설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라이징 엑스(Rising X)’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며 “베트남 현지(호치민) 법인을 통해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5~8개사, 5000만 원 이상의 시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KB국민카드. 웰컴금융그룹, 현대자동차, 농심, 교보생명 등 중견ㆍ대기업과 함께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특정 분야의 스타트업을 선별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대기업 현업들과 스타트업이 함께 파일럿 테스트로 실질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대표는 “이미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시장에 존재하는 대기업들은 전문적인 영역이 있어서 고객의 변화나 시장 및 기술의 변화에 대해서 민감하지 못하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과 새로운 혁신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우리는 중간에서 좋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하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인벤션랩은 서비스 플랫폼 기업에 주목한다. 포트폴리오사인 △자녀 돌봄 서비스 중개 플랫폼 ‘자란다’ △전 세계 환자와 주요국 병원을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 ‘클라우드호스피탈’ 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비대면 사스형(SaaS) 솔루션 영역이 커지고 있는데,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내가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고 정액제로 돈을 내는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기존에는 수억 원을 들여 IT 시스템을 개발해야 했지만 이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어 해당 시장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수익 모델을 공고히 확보하려는 기업에 관심이 많은데 이들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데이터 축적과 가공, 학습을 통해 결국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며 “이외에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 계획으로 오픈이노베이션 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출자로 10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고 스타트업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의 펀드는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현재 운영 중인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확장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파일럿 테스트를 바로 진행할 수 있는 현장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목표다.

한편 모태펀드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고용 창출 효과 등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면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민간을 최대한 이끌어올 필요가 있다”며 “초기 시드 투자로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에 펀드 운용을 맡기거나 오픈이노베이션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법인을 싱가포르나 베트남으로 이전하게 되는데, 이 경우 공적 기금 특성상 해외 기업은 투자할 수 없다”며 “투자를 하더라도 주목적이 아니므로 조건이 까다로운데 이런 부분에서 정부는 융통성을 발휘해 한국 기업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인벤션랩 피투자사 김태이 홈버튼 대표

▲김태이 홈버튼 대표. (윤기쁨 기자 modest12@)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더 이상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어져 있는 걸 리모델링 등 관리해 운영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 부동산 시장과 유사한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홈버튼은 수익형 임대 부동산 자산 관리 솔루션이다. 코워킹 스페이스나. 셰어 하우스 등 공간 공유 사업자나 임대인이 매달 반복했던 임대료 수납, 계산서 발행, 증빙, 연체 추심, 소득 신고 등 다양한 업무를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구현해 자동화한 서비스다. 2018년 1월 모바일 앱을, 2020년 12월 PC 버전을 론칭했다. 임대인들이 해온 다수의 관리 업무는 대폭 감소한 반면 수익률은 높였다. 현재 약 5000명에 달하는 임대인이 홈버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태이 대표는 “임대차 계약은 수납이 굉장히 중요한데 계약서에 대한 위ㆍ변조가 불가능하도록 카카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클레이튼(Klaytn) ’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라며 “임대료 결제에 필요한 시스템 안정성, 속도, 신뢰성, 보안 등을 블록체인을 통해 강화하려 한다”고 짚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임대 관리 서비스 ‘홈버튼 나우’를 출시했다. 홈버튼이 위탁사업자가 돼 임대인을 대신해 세무, 회계를 비롯한 임대 관리를 담당하는 서비스다. AI(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임차인이 민원을 넣을 수 있는 챗봇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테헤란로 등 강남에 있는 대형 빌딩들의 입주 현황을 보면 공유 오피스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들이 장기 임대를 하는 방식”이라며 “오피스텔 경우에도 예전에는 집주인이 하나둘 분양을 받아서 임대 관리를 했었다면 지금은 셰어하우스 등 통으로 관리하는 세력이 확산하면서 매지니먼트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졌다”고 짚었다.

한편 홈버튼은 2018년 웰컴저축은행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돼 당시 위탁운용사였던 더인벤션랩과 인연을 맺게 됐다. 시드 투자를 비롯해 입주 공간 제공, 네트워크 형성 등 다양한 도움을 받았다. 연관성 있는 기업 간 현장 매칭을 돕거나 오픈이노베이션 등 대기업과 만남도 지원받았다. 이외에도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멘토링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내달부터 유료 버전을 시작할 예정인데 올해가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원년”이라며 “홈버튼 나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임대료에 대한 간편결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부동산 데이터를 많이 모을 수 있었는데 지역 공실률이나 연체율, 임대료 시세 등 다양한 정보를 고객들이 의미 있게 쓸 수 있도록 제공하려고 한다”라며 “또 디지털 임대 관리 서비스를 이제 막 도입하고 있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