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준석 돌풍, 정치개혁 신호탄 되길

입력 2021-06-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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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만 39세에 돌풍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32세 나이로 최연소 국가수반이 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34세 나이에 당선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39세에 벨기에 총리에 올랐던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 이들은 30대 나이에 돌풍을 일으켜 국가수반이 된 인물들이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절대로 국가수반이 될 수 없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출마 자격을 4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돌풍이 거세게 불면서 정치권에선 세대교체 열풍이 개헌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성정치인이 만든 나이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장유유서 헌법’이라며 개헌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헌법학회가 1일 공개한 헌법학회 회원 설문조사에서 헌법전문가 10명 중 7명이 개헌론에 공감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회의 정쟁의 벽에 가로 막혀 개헌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개헌론이 이준석 열풍과 맞물려 기성 정치인까지 개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이번 기회에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을 개헌하길 간절히 바란다.

여야 정쟁으로 헌법이 1987년 개정된 후 30여 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개헌론까지 거론되는 걸 보니 이준석 열풍이 일각의 주장처럼 잠깐 부는 바람이라고 치부하기엔 파급효과가 크다. 정치권의 세대교체 열풍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70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맞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40대 기수론’부터 DJ정권 당시 불어닥친 운동권 출신 ‘386세대’(3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등장 등 세대교체 열풍은 있었다. 이들의 세대교체는 민주화라는 대의명분에 지역 갈등이나 진보·보수 간 갈등에 기초해 기성 정치인과 손잡고 성장해 기존 정치판을 뒤흔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준석 열풍은 지역이나 이념 기반이 아닌 20·30세대 지지와 특권으로 물든 기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 등 공정이슈를 기반하고 있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30대 청년이 당을 이끄는 미증유(未曾有)의 일이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국민의힘이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들어간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 판세도 뒤흔들 수 있는 정치 개혁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준석 돌풍은 국민의힘 내부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충격과 부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들이 이 후보를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낼까.

아쉬운 점은 기존 정치의 변혁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중진 후보들에게 유리한 대표 경선방식인 당원의 표심 70%, 일반 여론조사 30%로 정했기 때문이다.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나오든, 일치하든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정쟁이 아닌 정책 대결로 바뀌는 건전한 국회 쇄신이다. 기성정치인의 오만과 특권 의식을 탈피하고 진정한 국민의 심부름꾼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이준석 열풍을 단순히 ‘젊은 트럼프’, 포퓰리스트로 비난하기에는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더 크다는 것을 정치권은 각인해야 한다. 청년 정치인 열풍은 우리나라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성 정치혐오에 반발해 불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참에 기성 정치인들이 자기 반성문을 토해 내면서 진정한 정치 개혁의 뜻을 표한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까. 함께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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