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첫째, 5G·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영역에서의 한·미·일 기술동맹에 대비하는 분위기이다. 한미 및 미일 공동선언문에 공통적으로 언급된 차세대 배터리, 수소에너지, 인공지능, 5G 및 6G 등 미래핵심기술 협력 확대에 중국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 Ran) 표준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이동통신 보안 및 공급업체 다양성’ 이슈가 눈에 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핵심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중국의 5G 및 6G 네트워크를 견제한 한·미·일의 디지털 네트워크 동맹을 의미한다. 개방형 무선접속망은 네트워크 장비의 하드웨어 종속성을 탈피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5G 이동통신 핵심기술로 미국이 화웨이, ZTE 등 중국의 5G 네트워크에 대응해 구축하고자 하는 기술표준이다. 미국은 무선접속 기지국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거의 없다. 미국의 시스코나 구글, 애플은 소프트웨어, 퀄컴은 칩 회사로 5G 및 6G 기지국 장비시장은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삼성, ZTE 등 빅5가 선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지국 운영체제, 표준 및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욱 강화된 미국의 기술견제에 대응해 중국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일주일 만에 이른바 ‘중국 최고 과학기술자 3천 명 회의’를 진행했다. 중국 최고의 고위급 과학기술행사로 기존 행사와는 달리 엄중함과 무게감이 느껴진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주듯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전원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미래첨단기술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인공지능, 우주기술 등 첨단기술 분야 중국의 자강과 자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정부-이동통신사-통신장비기업들 간 개방형 혁신협력 시스템 구축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둘째, 한국과의 기술 및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 5G 기술전쟁의 핵심에는 한국이라는 전략적 가치국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중 간 기술 및 경제협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에 반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대한 긴밀한 협력도 중국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은 한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부각시키며 미래지향적 협력을 요구할 것이다. 그 첫 출발점은 바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립무원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한국과의 경제 및 기술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관련 행사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내 코로나 상황이 호전될 경우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은 더욱 급물살을 타고 현실화될 것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한중 양국 정부 실무진들은 시 주석 방한에 대비해 정상회담 아젠다 설정 및 구체적인 상호협력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따라 중국은 우리에게 더 많은 선물 보따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으로부터 무엇을 받을 것이고, 한미 간 기술동맹 및 한중 간 기술협력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축해 나갈지 우리의 고민이 깊어진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