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OO형'과 '부O장' 사이

입력 2021-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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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유통바이오부 기자

요즘 아침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을 챙겨보게 된다. 오픈을 앞둔 계열 호텔 사진부터 경쟁사(현대백화점) 방문 '인증샷'까지 뉴스거리가 오너를 통해 직접 업로드되는, 놓쳐서는 안되는 '출입처'가 됐기 때문이다.

몇 달간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재벌의 '평범한' 모습은 이웃집 '용진이형'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그가 이끄는 회사까지 친근한 이미지로 만든다. 소비자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한 유통업 특성상 친근감 형성은 회사 매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형성된 팬덤 중 다수는 이마트, 스타벅스, SSG야구단, 조선호텔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에도 호감을 드러낸다. "정 부회장의 SNS는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두 번째 드는 생각은 '이젠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다. 득보단 실이 많다고 생각돼서다. 최근 이른바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음식 사진을 올리며 "미안하다, 고맙다"는 코멘트를 달았는데,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을 패러디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비난이 쇄도했다.

문제는 논란 이후의 과정에 '정용진스러운' 대응이 논란을 더 키웠다는 점이다. 그는 논란 이후에도 사진을 올리며 'Thank you'라는 코멘트로 '미안하다, 고맙다'를 대신했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라며 '논란의 문구'가 떠오르는 "OOOO, OOO"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자연스럽게 정 부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됐고, 일각에선 '신세계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온다.

'용진이형'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직원 6만8000여 명의 그룹 '부회장'으로서 책임도 망각해선 안 된다. 불특정 대중 모두는 곧 그가 이끄는 회사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용진이형은 몇 달 전 신년사에서 임직원에게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을 주문했다. 그 자신도 임직원임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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