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잇따른 만남으로 접점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와 오찬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3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경제 5단체 회장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 최태원 대한상의·손경식 한국경총·구자열 한국무역협회·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참석해 여러 현안에 대한 애로와 의견을 전달했다. 4일에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사장단과 회동한다.
정부가 재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재계의 당면한 어려움이 해소되고, 기업활력을 떨어뜨리는 족쇄들이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문 대통령은 4대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기업의 힘이 아주 컸고, 앞으로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재계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서도 “고충을 이해한다. 공감하는 국민도 많다”고 언급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재계에 대한 우호적 신호다.
재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 측과 직접 소통해 공감대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현실을 외면하고 밀어붙여온 반(反)기업 정책기조와 규제 일변도의 국회 입법은 기업들을 끝없이 벼랑으로 내몰고 경제활력을 쇠퇴시켰다. 성장잠재력 또한 형편없이 떨어졌다.
정부가 뒤늦게 기업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진정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김 총리와 경제 5단체장의 만남에서는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의 혁파를 비롯한 구체적 현안들이 건의됐다. 그동안 재계가 수도 없이 절박하게 호소해온 사안들이다. ‘기업규제 3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과 투자 걸림돌 해소, 경쟁력 유지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 노동시장 개혁 등이 핵심 과제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 또한 재계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 대표기업의 경영 리더십과 미래산업 투자가 흔들려 경제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통령 결단에 달린 문제이고 보면, 사면이든 현실적 대안으로서의 가석방이든 경제 활성화와 국익 차원에서 전향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재계의 만남이 일과성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나아가 반기업 정서를 타파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업가정신과 투자 의욕을 높이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하면서 일자리를 더많이 만들어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국제 정세와 경제구조의 변화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와 재계가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나가는 협력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