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 이미 수십 개 국제 기업이 홍콩 떠나
홍콩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15년 만에 최악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내·외에서 사업을 벌이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혔던 홍콩에서는 현재 이곳의 미래를 걱정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내부의 정치적 혼란과 중국 본토로부터의 영향력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타격을 받아 온 국제 기업이나 고급 인력들이 싱가포르 등 홍콩의 경쟁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는 기업은 중국의 상업 허브인 상하이로 향했다.
이러한 추세는 수치로도 고스란히 증명됐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암창 홍콩)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25명 가운데 42%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한 불안감이나 홍콩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을 이유로 홍콩을 떠날 것을 검토하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콩 정부의 자료에서는 이미 수십 개의 국제 기업이 2019년 이후 홍콩에서 다른 지역으로 지역 본부나 사무실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홍콩 내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15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이러한 공실의 80% 이상이 국제기업의 탈출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지난해 가장 많은 외국인과 현지인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인 홍콩 땅을 떠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VF코프는 올해 초 25년 동안 유지해 왔던 홍콩사무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일본 비디오게임 제조업체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는 지역 사업의 간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시켰으며, 유럽의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홍콩 주류부문 직원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 배치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로레알도 홍콩 지역 본부의 일부 스태프를 재배치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한국 네이버가 홍콩보안법 발효 후 사용자 개인정보 등 데이터 백업 국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변경했으며, 미국 페이스북과 구글은 미국 현지와 홍콩을 잇는 해저 데이터 케이블 연결 계획을 취소했다.
물론 일부 대형 은행은 홍콩에서의 비즈니스 연속성에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지만, 대부분은 지난 2019년 촉발된 시위와 홍콩 보안법에 따른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치적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홍콩 주민마저도 이탈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에 유용한 일부 산업만이 홍콩 땅에 남겨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