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일본이 한국 근대화 기여? 법원이 할 소린가”

입력 2021-06-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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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법리 약해 법 외적인 부분으로 판결문 치장"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가 9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각하된 것에 대해 "헌법 전문에 위배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가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각하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9일 "법리가 아닌 정치ㆍ외교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법률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일본과의 관계 훼손" 등을 언급하며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인정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배척했다. 예정됐던 선고기일을 사흘 앞당겨 원고 측에 당일 통보한 후 기습적으로 선고하기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국이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외화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언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양호 부장판사를 탄핵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9일 오전까지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 일문일답.

-이번 판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

“재판부는 일본이 준 외화가 ‘낙후한 후진국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표현했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불쾌했다.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 의회에서 수시로 연설했던 내용이다. 궁극적으로 저 표현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생각과 뿌리가 맞닿아 있는 것인데 법관이 판결문에 적을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다.”

-판결문에 법리 외적인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법리를 따지는 내용 외에 정치·외교적 사안이 많이 들어갔다. 법원은 외교적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 헌법에 근거해 개인의 권리를 밝히는 것이 법원이 가진 본질적 역할이다. 물론 법원이 비법적인 요소도 고려할 수 있으나 그것이 본질이 돼선 안 된다. 기본적으로 법의 적용과 해석에 있어서 탄탄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게 먼저 갖춰진 다음에 논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법 이외의 판단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체적인 판결 내용은 어떤가.

“법리가 약하다 보니 법 외적인 부분으로 판결문을 치장했다. 가장 핵심적 오류는 헌법의 체계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쟁점이 됐던 청구권협정은 헌법에서 하나의 법률과 같은 지위를 가진다. 즉 헌법 절차에 의해 비준된 국제법은 국내법과 같은 지위로 헌법 하위에 존재한다. 판사가 청구권협정을 판단할 수 있었던 근거가 헌법인데 ‘유감스럽게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은 국내법적 법 해석이다’라며 헌법의 권한을 자의적으로 제한했다. 이는 헌법의 권위를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고 헌법 체계를 무시한 일이다."

-선고 당일 급작스럽게 기일이 변경됐다.

“명백히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선고가 나면 그날부터 관련 사안에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시간을 두고 선고 결과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선고기일 제도의 의의다. 법원은 기일변경이 위법이 아니며 법정 내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정의 평온과 안정’을 고려했다고 변명했다. 기일변경이 위법은 아닐지라도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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