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ㆍ디지털인프라 회사와 투자전문회사로 분할 방안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증권가는 그동안 통신 사업에 가려져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자회사들의 기업가치가 주가에도 반영될 것을 기대했다. 특히 성장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설법인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SK텔레콤(존속법인)과 SKT 신설투자(신설법인, 가칭)으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SKT 신설투자에선 반도체 및 New ICT 등 관련 피투자 회사 지분의 관리 및 신규투자 등을 목적으로 한다. 분할비율은 존속회사 0.607, 신설회사 0.393이다. 분할 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주당 500원인 액면가를 100원으로 하는 액면분할도 동시에 진행한다. 이에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이 없었다면 신설회사의 발행주식 수는 약 2882만주(유동주식 수: 약 1950만주)로 줄었을 것"이라며 "액면분할을 통해 유동성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이번 분할을 계기로 주요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을 기대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평가를 적용받는 MNO 본업과 성장성이 돋보이는 ICT 분야의 자회사들을 분리하고, 내재가치를 현실화해 전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단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설법인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신설법인에는 반도체, 미디어, 플랫폼, 온라인 쇼핑ㆍ광고 등 고성장 산업군에 속한 알짜 기업들이 포진해서다. 실제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등 성장세가 유망한 전방산업에서 국내 1~2위 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신설 투자회사의 시가총액이 약 10조~13조 원 수준에서 초기 형성될 것으로 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관전 포인트로 △원스토어 등 유망 IPO 대상 기업 계획 △아마존과의 협업 진행 상황 △반도체 투자 계획 등을 꼽으면서 "14일 예정된 기업설명회에서 공개되는 신설 투자회사의 성장 비전에 따라 NAV 기대 할인율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분할 전후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설 지주회사의 적정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비상장 자회사들의 적정가치에 대한 시장의 다양한 해석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사업회사의 안정적인 고배당 매력과 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의 가치가 맞물리면서 합산 시가총액은 현재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잇는다. NH투자증권은 분할 이후 합산 가치를 28조5000억 원으로 추정하면서 현재 시가총액 23조8000억 원 대비 충분한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추가적으로 존속법인의 주당 배당금 확대나 신설법인의 자회사 기업공개(IPO)와 같은 이벤트가 공개되면 추가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증권가는 SK와 분할 신설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져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된 점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존속법인은 안정적이면서 배당 메리트가 큰 업체로 변모할 전망"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큰 업체들로 구성된 신설법인은 SK하이닉스와 인크로스를 제외하고 비상장사이고 대체로 성장 초입에 있는 만큼 향후 성과를 시장에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