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탄소중립 2050
인류의 생활에 필수품이 된 플라스틱의 시초는 ‘당구공’이었다. 1860년대 미국 상류사회에선 테이블 스포츠인 당구가 유행하고 있었다. 당시 당구공의 원재료는 코끼리 상아였다. 하지만 당구의 인기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원료인 상아를 채취할 아프리카 코끼리의 개체 수는 한정돼 있어 수급이 어려워졌다. 이에 당구대 제작회사를 운영하던 미국인 마이클 펠란은 1863년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발명하는 사람에게 1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광고를 냈다.
발명가들은 앞다퉈 신소재를 활용한 당구공 개발에 나섰다. 미국의 인쇄업자였던 존 웨슬리 하얏트도 새로운 당구공 만들기에 도전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연구에 돌입한 그는 나이트로셀룰로스(질산 섬유소)와 녹나무에서 얻은 고체물질인 장뇌를 혼합하면 매우 단단한 물질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연구 끝에 1868년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를 개발했다. 셀룰로이드는 식물 세포막을 이루는 셀룰로스가 원료인 ‘천연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석유와 석탄을 이용해 만든 요즘의 인공 합성수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셀룰로이드는 이후 당구공, 카메라 필름, 주사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셀룰로이드는 현재까지도 탁구공의 원료로 사용된다. 다만 그가 개발한 셀룰로이드는 코끼리의 상아만큼 품질이 좋지 않았고, 공끼리 강하게 부딪쳤을 때 종종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등 안전성 문제도 존재했다. 주로 화약으로 쓰이던 원료인 질산 섬유소가 건조한 상태에서 폭발하기 쉬운 특성이 있어서였다.
이후 벨기에 출신 발명가인 리오 베이클랜드가 최초의 인공 합성수지를 발명했다. 1889년 미국으로 건너간 베이클랜드는 사진 인화지 등을 생산하는 회사에 입사했다가 2년 만에 퇴직하고 개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연구 도중 페놀과 폼알데하이드를 반응시키면 나뭇진(수지)과 비슷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5년간 실험에 매달린 끝에 그는 1907년 신물질 개발에 성공했고, 이 물질에 자신의 이름을 따 ‘베이클라이트’라고 명명했다. 베이클라이트는 ‘페놀수지’라고도 불리며, 오늘날의 모습을 띤 플라스틱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시대를 연 것은 한 화학자의 연구 결과였다. 1922년 독일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가 플라스틱이 수천 개의 분자 사슬로 구성된 고분자 화합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파이프·포장재 등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 1926), 비닐봉지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1933), 의류 등에 사용되는 나일론(1935), 페트병의 원료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1941) 등 수많은 플라스틱 변종이 세상에 나왔다.
다양한 플라스틱이 생산되면서 쓰임새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업으로서 어떤 물건이든 제조성이 뛰어난 플라스틱은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플라스틱은 문구류와 쓰레기봉투, 가전제품, 자동차, 반도체 패키징 등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대부분에 사용됐다. 특히, PE와 페트(PET)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현재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