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자 파트너 인식 변화 및 현실 반영 정책 나와야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가 ‘뉴스페이스’ 이른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민관협력형 우주개발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2021년 시행계획에서 민간주도를 우주산업 육성의 주요 전략으로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부품국산화율 등 국내 산업 현실과 정부 정책의 괴리가 대표적이다. 이에 기업을 정책수혜 대상에서 투자 파트너로 전환하는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관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우주개발 방식의 문제점은 △국가연구개발사업 방식의 한계 △WTO 정부조달협정 제한 우려 △정부연구원의 동기부여 및 기업의 투자부족 △국내 산업현실과 정부정책의 괴리 등으로 요약된다.
국내 우주분야 민관협력방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기관이 되고, 기업은 주로 용역 계약의 형태로 추진됐다. 기업이 정부주도 연구개발의 용역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 민간기업의 기술 혁신이나 체계종합 역량을 축적하기 어렵고 수익의 관점에서 민간기업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참여유인이 낮다는 설명이다.
또 우주개발사업을 연구개발 방식이 아니라 조달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민간기업의 주장이 있으나 이에 대해 WTO 정부조달협정 제약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WTO 정부조달협정의 안보ㆍ국방 관련 예외조항을 우주개발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면 정부구매방식으로 변경해도 해외기업에 국내 시장을 개방할 의무는 없다.
2014년 출연연 중소ㆍ중견기업 전진기지화 방안이 시행됐으나 현재까지 중소기업에 관한 지원과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일반 연구자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어 중소기업 지원사업 기피 현상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체계사업(System engineering)의 설계, 조립 역량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으나 핵심부품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부품국산화율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 파이오니어사업’의 경우 97% 이상의 부품국산화율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목표설정은 전체 위성개발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내 기업의 상업적 경쟁력을 낮추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우려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 과제로 △기업을 ‘정책수혜 대상’→‘혁신 투자 파트너’로 전환하는 정책 설계 필요 △기업의 민관협력의 참여 동기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우주분야 민관협력 거점기관의 역할 강화 △공공과 민간의 인적자원 교류 활성화 및 협력 채널 구축 등을 제시했다.
민간 기업 스스로가 장기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우주개발사업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에 대한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 관점에서 민간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우주개발에 민간기업이 일정 비율을 투자하고, 반대급부로 위성 운용이나 위성 데이터의 독점적 활용 등을 통해 투자회수가 가능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제안했다.
또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연구개발에서 발주구매(조달) 형식으로 체계를 전환하는 것과 부품국산화율 세부 지표 산정방식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항우연의 기술과 노하우를 민간으로 확산하고, 실증 연구를 위한 지원 확대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간이 주도적으로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ㆍ제안하는 형태의 상설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3월 출범한 ‘산업별 민간R&D협의체’에 우주분야 신설을 제시했다.
과기정책연 안형준 연구위원은 “2022년은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1호가 발사된 지 꼭 30년이 되는 해로, 뉴스페이스,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변화의 축은 국내 우주산업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이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민관협력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