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수출입은행 지부(수출입은행 노조)는 최근 수은에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중단을 요구했다. 사외이사 후보군 추리는 과정을 멈추라는 것이다. 신현호 수은 노조위원장은 “(사외이사 후보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대로 사외이사 선임 과정이 진행되면) 노조 측 추천 후보가 들러리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은 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노동자가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낙하산 기관장을 견제하고 이사회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동이사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수은 사외이사는 은행장이 복수의 후보를 제청하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중에서 임명하는 구조다. 지난해 1월 방문규 수은행장은 사측이 추천한 인사 3명과 노조가 추천한 인사 1명 등 총 4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기재부에 제청했지만, 기재부는 사측 인사 2명만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이미 수은의 노조추천이사제는 한 차례 좌절된 바 있다.
수은 노조의 2번째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달 31일 나명현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면서 수은 사외이사에 공석이 생기자, 기재부는 수은 측에 사외이사 후보자 명단을 언제까지 제출할 수 있냐고 물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수은이 내부적인 사정 때문에 (후보자 명단 제청이) 지연되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제도가 좌절된 건 수은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 4월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아닌 사측이 추천한 인사만이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수은과 달리 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측 추천 후보만 사외이사에 선임된 이유에 대해 “후보의 경력과 전문성, 역량 등을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했던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조추천이사제가 수 차례 좌절하는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조차도 노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낡은 생각에 사로 잡혀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노조추천이사제가 도입되려면) 이런 불신과 반감을 덜어낼 수 있는 사회적 대화와 긍정적인 사례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