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죄" 설교한 목사 처벌한다?!
'차별금지법' 관련 가짜뉴스 팩트체크
차별금지법이 법안 제정을 향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14일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국민동의청원은 국회에 법률 제·개정이나 폐지 등을 청원하는 제도로 30일 이내 1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첫 발의 이후 7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일부 종교계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차별금지법 관련 허위정보(가짜뉴스)도 법안 통과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최근 유튜브와 맘카페 등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소아성애도 허용된다"는 허위 정보가 퍼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성소수자에 소아성애가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영어로 성소수자를 뜻하는 'LGBTP'의 'P'가 소아성애(Pedosexual)를 뜻한다고 말한다.
성소수자를 지칭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영어 단어는 'LGBT(Q)'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와 퀘스처너리(Questionary)를 합해 부르는 말이다. 퀘스처너리란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확립하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데, 스스로 '질문(question)'을 건넨다는 의미에서 이같이 부른다.
LGBTP에서 P가 남녀 이분법을 따르지 않고 성별과 관계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범성애'(pansexuality)를 뜻한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시민 단체를 비롯한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LGBTQ 뒤에 약어 'P'를 붙이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 USA today 등 복수의 외신은 이미 2~3년 전 LGBT가 소아성애와 관련 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보도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아동 대상 성범죄를 중범죄로 다스린다. 아울러 성적 학대를 가한 가해자의 82%가 가까운 친인척 '이성'이며, 성적지향과 관계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차별금지법에는 동성결혼의 법제화 관련 내용이 없다. 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성별·장애·나이·언어·인종 등의 사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 재화, 행정 서비스 이용에 대한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한다. 말 그대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지 동성 결혼의 법제화와는 결이 다르다.
장혜영 의원은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이) 재화와 행정서비스의 이용에 대한 차별을 규정한 조항이 있지만, 차별금지법이 모든 법의 상위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0만 명의 동의를 받은 차별금지법 청원 원문에도 동성혼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차별금지법은 목사가 단순히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했다고 처벌하지 않는다. 손해배상 역시 마찬가지다.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은 고의적·악의적 차별행위로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때만 적용된다.
차별금지법에서 형법이 적용되는 조항은 '보복조치 처벌 조항'뿐이다. 차별금지법 제56조는 차별을 당한 사람이 구제 절차를 밟는 동안, 사업자가 해고 등의 보복조치를 가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설교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성적 지향과 성별에 따른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한 서울시 학생 인권조례가 합헌이라고 판단하며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은 민주주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성소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성적 지향은 사회적 분위기나 교육에 좌우되거나 결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지 여부만 달라진다.
성소수자의 특성상 그 숫자를 명확히 내린 통계는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영국에서 차별금지법과 같은 '평등법'을 제정한 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많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 정부에서 트렌스젠더 인구 수를 파악한 공식 통계는 없으며, 대략 20~5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추정치만 있다.
영국에서 성 정체성 문제로 의료지원을 받은 영국 청소년 숫자가 2009년 97명에서 2019년 2590명으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으나, 이는 달라진 사회분위기에 따라 성별 정체성을 드러낸 청소년들이 늘어난 수치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