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직원 고통분담도 미흡 지적
시각 달라 해법도 평행선
“2009년 이후 쌍용자동차는 한 번도 정상화된 적이 없었다.”
이는 쌍용차 노사가 ‘2년간 무급휴직’ 등의 자구안을 결정한 뒤 지난 14일 열린 간담회에서 나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 중 일부다.
이 회장이 언급한 2009년은 당시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경영권을 포기한 시점이다. 그 이후 쌍용차는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되고 다시 법정관리에 오기까지 12년간 쌍용차는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이 회장은 그간 쌍용차 부실의 원인을 콕 집어 설명한 적은 없으나, 이 발언만 두고 보면 쌍용차 노조가 부실의 원인을 단순히 ‘경영실패’로 규정하는 것과는 배척된다.
쌍용차는 2019년 내수 시장에서 판매실적 3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으나 수출 실적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위기의 전조가 나타났다. 그러다 마힌드라가 신규 투자를 중단하면서 최근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지난 1월 성명서에서 “마힌드라의 ‘먹튀’”가 쌍용차 위기라고 언급한 이유다.
만약 노조의 주장에 산은도 동의했다면 이 회장의 “정상화된 적이 없다”는 발언의 시점은 2009년이 아니었어야 했다. 따라서 노조가 주장하는 부실화의 원인인 ‘경영실패’는 산은이 보기엔 쌍용차 위기의 유일한 변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쌍용차 노사가 합의한 ‘2년 무급휴직’ 등의 자구안에 대해 “투자자의 시선으로 보면 아직 부족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우회적으로 자구안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이 줄곧 얘기하는 구조조정의 3대 원칙(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의 ‘고통분담’이 더 전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신규 투자자가 정해지지 않은 현재로선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과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실화의 원인을 꼽는 둘의 시각이 다르니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도 다르게 나타난다. 노조는 대주주의 경영실패가 부실의 원인이니 노동자의 구조조정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서 신규 투자자를 받을 수 있게 자금지원도 약속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은 노조의 해결책과는 반대로 자구안에 따라 신규 투자자가 확보된 이후에 자금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채권단의 결정만 남았다’라는 얘기에 대해서도 산은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다른 관점에 다른 해결책으로 결국 쌍용차는 노사가 결정한 자구안에 따른 ‘잠재투자자’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뚜렷한 잠재인수자 후보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신규 투자자의 입장이 나오면 노조든, 채권단이든 입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