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족들 기적 바라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뜬눈
지난 17일 새벽 발생한 쿠팡의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진화·인명 수색을 위해 투입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인 김 모(52) 소방경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지하 2층에서 고립된 채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동료들은 그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 소방경과 후배 대원 4명은 물류센터 화재가 재확산하기 전인 17일 낮 11시 20분께 센터 내부로 진입했다. 현장 소방대원에 따르면 당시 전원이 차단된 물류센터 내부는 암흑천지였다.
구조대원들이 진입한 직후 건물 지하 2층에 있던 물품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미처 꺼지지 않은 불씨가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
현장 진입 20분이 지나지 않아 ‘철수’ 무전이 하달됐고, 구조대원들은 진입했던 통로를 되돌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통로에 검은 연기가 차면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김 소방경은 뒤처지는 이가 없는지 확인하며 후배들을 앞세워 내보냈다. 오전 11시 45분께 후배 대원 4명이 먼저 탈출했다. 하지만 김 소방경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 소방경이 메고 들어간 산소통의 사용 시간은 15~20분. 오후 5시경 동료 소방대원 20여 명이 그를 찾기 위해 다시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거센 불길에 정밀 수색은 불가능했다. 동료들은 기적을 바라며 그의 무사 생환을 바라고 있다.
김 소방경은 1994년 소방에 투신해 고양소방서에서 첫 소방관으로 일했다. 이후 27년간 하남·양평, 용인소방서에서 구조대·예방팀·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응급구조사2급 자격증과 육상무전통신사·위험물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가진 베테랑 소방관이다.
20년간 김 소방경과 같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문흥식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장은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솔선수범했다”면서 “당당한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고, 현장에서도 직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먼저 주변을 돌아보는 선배”라고 그를 말했다.
문 팀장은 “16일 소방서에서 훈련에 매진하던 김 소방경을 만나 ‘오늘도 열심이시네요’라고 인사한 게 마지막”이었다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구조안전전문가의 화재 건물 안전진단 후 김 소방경에 대한 수색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연면적 12만7178㎡,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이다. 17일 오전 5시 36분께 시작된 불은 소방당국의 대응 2단계 진화작업을 통해 오전 8시 14분경 초진에 성공하며 대응 1단계로 낮아졌다. 하지만 오전 11시 49분 내부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으며 낮 12시 15분을 기해 다시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현재 30시간째 화재 진압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