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50대 자매에게 둔기를 휘둘러 언니를 숨지게 하고 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7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호성호)는 18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77)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가 돈을 갚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신을 이용한다는 의심만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A 씨는 사전에 범행 장소에 가져다 둔 흉기로 피해자 1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으나 피해자가 도망가 미수에 그쳤다. 범행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된 것으로 보이고, 범행이 잔혹하고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동생 피해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현재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동생 피해자는 A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적용된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형이고,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5년에서 무기징역 이상”이라고 밝히면서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77세 나이, 범행 경위, 동기, 사정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에 A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 측이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모아둔 돈에 더해 카드론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는데, 돈을 갚지 않고 재차 돈을 빌려달라고 하자 화가 나 범행했다”며 “범행을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A 씨도 최후진술에서 “돌아가신 B(59·언니) 씨는 옛날에 사랑했던 사람이고 보고 싶다”면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미안하고, 죽을죄를 지었다.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재판부에 “가족들의 피해가 크고, 어떤 경위로 범행했는지 알아보는 것조차도 심리적 부담이 커 확인하고 싶지 않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는 입장을 서면으로 전달했다.
A 씨는 올해 3월 8일 낮 12시 45분께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한 상가건물 지하 노래주점에서 자매 사이인 B 씨와 C(57·동생) 씨에게 둔기를 휘둘러 B 씨를 살해하고 C 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