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상징된 김준수…"걸음걸이·웃음소리까지 고민했다"
최근 화상으로 김준수와 인터뷰를 했다. 김준수는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4연까지 공연을 올린 것은 '드라큘라'뿐"이라며 "'드라큘라는 제게 힘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뮤지컬이라는 길의 지름길을 안내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2014년 초연부터 2016년, 2020년 그리고 올해까지 '드라큘라'에 출연하는 김준수에게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연 때와 완전히 다른 책임감과 무게감이 생겼다. 자신을 보러 와준 관객을 위해서라도 매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공연하고 있다는 그다.
"연기하면서 상대 배우에 따라, 저의 기분에 따라 일부러 변형을 주기도 해요. 예전엔 '이 대사 아니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할 공연에 미묘한 차이를 두려고 하죠. 틀을 변형하지 않는 선에선 배우에게 자유로운 작품이기도 해요. 제 변화를 알아채는 것도 관객에겐 묘미가 되지 않을까요?"
다만 이전에 생기지 않았던 의문이 4연에 참여하면서 갑자기 생겼다. 조나단은 왜 괴물의 모습의 드라큘라를 보고 도망가지 않았는지, 미나는 드라큘라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왜 피하지 않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의문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분이 미나가 환생한 건지, 엘리자베사와 닮은 사람인 건지 물어보세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연기하는 건 '환생'이에요. 미나는 저를 현생에선 처음 보는 거지만, 저흰 꿈에서든 과거에서든 서로 이끌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거죠. 자석의 S극과 N극처럼요. 낯설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서로인 거예요."
김준수는 '드라큘라 장인'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차별점을 '사이코적인 기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적인 모습을 지우고, 오싹하고 섬뜩한 드라큘라를 표현하는 중이다.
"초월적인 존재라는 걸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바꿨어요. 서 있을 때 자세도 일반적이지 않게 보이려고 신경 썼어요. 거기에 웃음소리까지 신경 써서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을 만들었어요."
공연 중 드라큘라가 관에 들어간 채로 무대 위편에서 내려오는 장면이 있다. 다행히 고소공포증이 없어서 무대를 오롯이 믿고 몸을 맡기는 중이다.
"제 개인적인 여담인데, 관에 들어갈 때마다 메인 줄을 당겨주시는 분께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한 마음이지만, 왠지 그분께 더 열심히 인사를 하게 돼요. 정말 비하인드죠? 하하."
김준수의 이름 앞에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도 11년이 됐다. 그 기간 중 배우 인생의 변곡점이 된 때는 뮤지컬 '모차르트!'에 참여할 때라고 했다. 낭떠러지에 떨어진 상태에서 제2의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모차르트!'가 '애틋함'이라면 '드라큘라'는 다채로운 김준수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다.
"제 다양한 모습을 한 작품에 보여줄 수 있어서 '드라큘라'를 좋아해요.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면서도 재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거든요. 1000회를 맞이했을 때 '준수 오빠 건강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노인분장을 안 해도 되고, 변신 이후 젊어진 모습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드라큘라'에 참여하고 싶어요."
이제는 '드라큘라'의 상징이 돼버린 빨간 머리의 김준수는 더 오래도록 볼 수 있을 듯하다. 빨간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염색을 해주고, 베갯잇에 수건을 깔고 자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관객의 반응을 보면 고통도 어느새 잊힌다.
"이제 빨간 머리를 안 하면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하실까 봐 걱정되는 거 있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