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5~2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뿌리 산업(단조, 금형, 표면처리 등)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뿌리 기업은 5인 이상 50인 미만이며 매출액 50억 원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다.
24일 이투데이가 만난 뿌리 기업들은 한일·한중 무역분쟁,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 19 등으로 사면초가 상태에 놓여 있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은 뿌리 기업의 경영을 더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인천 남동공단 내 주물공장을 운영 중인 대표 A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원자재인 선철을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이 가격을 대폭 인상해서다.
그는 “올해 코로나 19의 반발 심리로 일감이 늘어나고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적자 생산을 감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자재인 철 스크랩, 기타 합금철 등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주물 제품 단가는 일부만 인상을 했다”라면서 “주물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 볼 수 있던 모습은 경영난으로 폐업하고 방치된 공장이었다. 살아남은 기업조차도 경영난으로 인해 힘겨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A 씨 역시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폐업 가능성을 점쳤다.
인력난도 심각했다. 뿌리 산업을 중심으로 전통 제조업 자체가 생산 인구 노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방문한 업체도 생산직으로 일하는 직원이 대부분 60대 초반이었다.
A 씨는 “2∼3년 뒤 직원들이 은퇴를 하게 되면 업 자체 유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호소했다.
대안으로 여겨졌던 외국인 노동자 인력 수급도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주물 공장 대표 B 씨는 “코로나 19로 신규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입이 중단된 상태”라며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외국인 근로자까지 적용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근로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만큼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체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탄력적인 임금 정책이 필요하며, 10년 미만으로 규정된 체류 근무 가능 기간도 전문 기능공의 관점에서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기업은 고용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반월 시화 공단에 있는 금형 기업 대표 C 씨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시 한시적으로 8시간 추가 연장 근로(2022년 12월 31일까지 적용)를 받을 수 있다”며 “외부 요인으로 인한 인력 감축은 불경기와 더불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탁상행정이 기업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1·2차 뿌리 기업이 사라지면 그 여파는 3·4차 등 미래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