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지구 입주 물량 등 전세 물건 석달간 20% 늘어
판례ㆍ위례신도시ㆍ성남 원도심 등 주변도 동반 하락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아파트 전세시장이 서울·수도권 전체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 전세난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는 주변 지역과 달리 한 달 가까이 전셋값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 새 아파트가 전세시장을 진정시키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5주 내리 하락했다. 한 달여 동안 분당 아파트 전세 시세는 0.4% 빠졌다.
이런 흐름은 같은 기간 0.36% 오른 전반적인 서울·수도권 전세시장 상황과 반대된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세는 지난주까지 21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면서 지난 여름 전세난 재현 우려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분당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는 실거래가에서도 드러난다. 올 초 전셋값이 9억8000만 원에 달했던 야탑동 장미8단지 전용면적 133㎡형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 7억5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반년 새 전세 시세가 2억3000만 원 떨어진 셈이다. 이매동 한신아파트 전용 66㎡형 전세 호가도 지난해 말 최고가(7억5000만 원)보다 1만5000만 원 떨어진 6억 원까지 낮아졌다.
분당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론 공급 증가가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 아실이 집계한 분당구 아파트 전세 물건은 28일 기준 2162건으로 석 달 전(1803건)보다 19.9% 늘었다. 같은 기간 11.0% 줄어든 서울·수도권 전체 시장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물량 증가를 이끈 주역은 올해 입주를 시작하는 새 아파트들이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전세 물량이 일시에 대규모로 늘어나면서 주변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올해 분당구에서 입주를 시작했거나 시작할 예정인 아파트 단지는 11개 단지로 5727가구에 달한다. 300가구가 입주했던 지난해보다 19배 넘게 증가했다.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 조성되는 민간택지지구인 대장지구에서만 올해 3833가구에 이르는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여기에 전세시장에서 비수기로 통하는 늦봄~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수요마저 줄었다. 이매동에서 연세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윤상화 대표는 "전세 거래가 잘 안 되다 보니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손님 문의보다 전세 물량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데다 판교 백현동과 대장지구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면서 수요가 정체돼 있다. 이대로면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매동 E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주변 지역 전세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예전보다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분당발(發) '공급 효과'는 다른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전세 공급이 늘면서 주변 지역 전세 수요까지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지난주 부동산114 조사에선 분당신도시(-0.10%)뿐 아니라 판교신도시(-0.13%), 위례신도시(-0.06%), 성남 원도심(수정·중원구, -0.02%) 등 성남시 전역에서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했다.
이 같은 공급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전세 물량이 소화되고 나면 자연스레 전셋값이 고개를 들 수 있어서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분당의 경우 수급(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단기간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최근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도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서울지역 전셋값 하향 안정을 이끌었던 강동구에서도 새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자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분당을 제외한 서울·수도권 다른 지역 전셋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부담 요인이다. 여기에 집주인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부 규제와 전세의 월세 전환과 같은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도 새 아파트 입주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새 아파트라도) 집주인들이 실입주하는 경우가 많고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 수급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