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고금리 대출시장이 위축돼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오히려 ‘살인적 고금리’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좋은 의도의 정책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선의의 역설’이 우려된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작년 11월 정부·여당이 합의해 지난 3월말 국무회의에서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의 대통령령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239만 명에 달하는 연 20% 이상의 고금리 차주(借主)가 혜택을 보게 되고 매년 4830억 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간단치 않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들은 신용도 낮은 사람부터 대출 대상에서 제외한다. 조달금리가 높고, 저신용자에게 떼이는 돈을 감안한 대손(貸損)비용과 관리비·대출 중개수수료 등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개인 신용대출액은 3조5000억 원 규모이고, 금리 20% 이상이 95%를 넘는다. 대부업계는 구조적으로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최소 대출금리가 20%를 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하의 금리로는 영업을 접거나, 신용이 건전한 고객에게만 대출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부업체는 그래도 제도권에 있다. 여기에서 밀려난 저신용 취약계층은 돈 빌릴 곳이 없게 된다.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려야 하는 처지다. 사채시장 금리는 대개 100% 이상이다. 지난해 대부업계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해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사람이 8만~12만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자에 한시적 대환(代換) 상품을 내놓고, 저신용·저소득층에 제공되는 ‘햇살론’의 금리를 낮추는 등 후속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차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저신용자가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은 좁아지고, 턱없는 고금리로 서민들의 고통을 키우는 사금융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보듯 뻔하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낮아지면 대부업체 이용자의 이자 감소액이 연간 최대 1560억 원인 반면, 사금융으로 밀려난 저신용자 부담액은 최소 5205억 원에서 최대 2조 원까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의 피해가 더 커지는 결과다. 지난 2018년 2월에도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췄다. 고금리 채무자 다수가 이자 경감 혜택을 봤지만, 20%가량은 금융이용에 제한을 받고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렸다는 게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다. 저신용 취약계층을 궁지로 내모는 부작용과 불법 사금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효적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