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이끌 대통령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수많은 항목이다. 잠정적 후보군이 유권자들에게 출마를 알리고,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되기까지 여정은 길며 과정은 까다롭다.
한동안 인재 기근 현상에 허덕이던 범야권에 갑자기 잠재 후보들이 우르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이들의 자질 검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많은 항목을 비껴가기란 쉽지 않다. 다들 한두 개씩 아킬레스건은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걸림돌은 최근 불거진 이른바 ‘X파일’ 논란이다. ‘전언정치’에서 벗어나 29일 공개석상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만큼 많은 이들이 X파일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기대했다. 윤 전 총장은 “저도 도덕성에 대해서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해당 문건을 보지 못했다”고 답해 국민의 궁금증을 명확하게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 “근거 있는 의혹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겠다”고 한 만큼 지켜봐야 할 문제다.
28일 사퇴하며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대권에 도전할 경우 감사원의 중립성·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작 감사원장 본인이 임기를 채우는 일을 포기하고 정치 입문을 시사해 그동안 지켜왔던 명분은 사라지게 된 셈이다. 헌법이 명시한 임기(4년)를 채우지 않고 사퇴한 감사원장은 있지만, 곧바로 정치권에 직행하거나 대권에 도전한 경우는 없었다.
윤 전 총장, 최 전 감사원장. 이들 두 사람은 모두 ‘중도 사퇴한 사정기관장 출신의 잇따른 정치 직행’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여의도 정치 경험도 전무해 많은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준표 의원은 막말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도로 자유한국당’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 홍 의원 본인은 억울할 수 있지만, 이미지라는 게 정치에서는 참 어쩔 수 없다.
그 외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 다음 달 중으로 출마 선언을 예고한 원희룡 제주지사, 야권 후보로 거론되곤 있지만 아직 출마 여부는 불투명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들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특히 20·30 세대는 과거 보수 개혁의 대명사 남원정(남경필· 원희룡·정병국)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유 전 의원이 경제전문가인지, 김 전 부총리가 현 정권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는지 잘 모른다.
결국 야권 주자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걸림돌들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들은 본격 레이스에 앞서 각자의 강점을 부각하며 청년, 공정, 경제 등을 정책과 버무려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국민에게 정말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 이를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녹아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현 정권에서 사라진 ‘공정’을 기반으로 한 명확한 방향 제시는 물론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을 위한 대안, 그 외 부동산, 일자리, 노동 등의 정책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야 한다. 이는 ‘최소한’의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