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4%, 유럽 25%로 늘어나
29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면서 유럽·중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국제청정운송수단협회(ICCT)의 분석 결과 2010~2020년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대의 전기차가 생산됐다. 2017년 말 기준 글로벌 전기차 가운데 미국의 비중은 20%였으나 2020년 1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44%까지 비중을 늘리면서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 됐다. 유럽은 25%로 늘었다.
국내 수요 기반도 차이가 났다. 지난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 신차 중 2.3%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과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각각 10%, 6%였다.
자국 내 수요가 약하다 보니 전기차 생산만 담당하는 공장 가동도 적었다. 지난해 미국 내 44개 차량 생산 공장 가운데 단 두 곳만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 공장 3곳이 올해 전기차 전담 생산 공장으로 전환할 예정이고 테슬라와 루시드모터스는 새 공장을 한 곳씩 건설 중이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공장 수가 2025년까지 7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 수요가 많은 곳에 공장을 두다 보니 미국보다는 해외 공장 건설을 선호한 것도 미국의 입지가 쪼그라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2025년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가 될 것으로 보이는 폭스바겐은 미국에 전기차 생산 시설이 한 곳도 없다. 유럽과 중국에만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ICCT는 미국과 유럽·중국의 정부 정책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탄소 중립 정책을 중시한 유럽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십여 개의 전기차 차종을 출시했고 생산도 대규모로 늘렸다.
중국은 수요와 공급 두 측면 모두 지원책을 썼다.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내연기관 차량 규제를 강화한 반면 전기차 등록과 판매는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자동차 연비와 환경기준이 크게 후퇴해 전기차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도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닉 러치 ICCT 프로그램 책임자는 “전기차 생산은 시장 확대 관련 국가정책이 시행되는 곳에서 늘어난다”면서 “수천억 달러가 움직이는 거대한 게임판에 미국의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소 중립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최근 초당적 합의가 이뤄진 인프라 계획에도 전기차 인프라, 전기 버스 개발에 150억 달러(약 16조9000억 원) 투자 계획이 담겼다. 다만 애초 1740억 달러 규모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대폭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