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수출 규제 품목, 수입 비중 꾸준히 감소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아직 큰 데다 장비 분야에서 국산화율이 낮아 연구개발(R&D)에서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기반이 되는 마더 팩토리(제품 개발 및 제조의 중심 공장) 보유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30일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산업계의 약한 고리를 찌른 것인데,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며 “2년간을 되돌아볼 때 단기 성과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점검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지난 2년간 우리 산업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사실상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반도체·디스플레이용 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디스플레이 소재) 등 3종 소재에 대해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단행했다. 정부는 수입을 다변화하고 국산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적극 대응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 비중은 85.2%로, 2년 전(2019년 1∼5월) 91.9%와 비교해 6.7%포인트(P) 줄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 비중도 올해 1∼5월 93.6%로, 2년 전 같은 기간 93.7%에서 0.1%P 하락했다. 수출규제 전후로 대일 의존도가 90% 이상 유지되고 있지만 다른 규제품목에 비해 수출규제 이전부터 국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입 차질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반도체 수출 등의 호조에 따라 지난해 일본으로부터 전자 및 기계 부품 등 소재·부품 수입은 다시 늘었다. 김 연구원은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 일본과의 협업을 무조건 배제하긴 어렵지만, 앞으로도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를 꾸준히 추진해 추후 일본과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부영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소재부품산업의 핵심경쟁력을 확보·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R&D에서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기반이 되는 마더 팩토리 보유가 중요하다”며 “투자 관련 규제의 합리화는 물론 핵심 인재의 공급 능력 확대, 높은 인프라 편의성 확보 등을 위한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