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외화자산으로 운용수익 증가, 그나마 선방..세계 8위 두달째 유지
외환보유액이 석달만에 줄었다. 감소폭도 1년3개월만에 가장 컸다. 미 달러화 강세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 다만, 4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자산 운용규모와 이에 따른 운용수익 증가로 감소폭은 예년에 비해 축소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는 두달연속 8위를 유지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말대비 23억5000만달러(0.5%) 감소한 4541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두달연속 사상최고치 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이며, 지난해 3월(-89억6000만달러, -2.2%)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데다, 외화예금 가입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금융기관 외화 지급준비금예치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 달러화 강세폭에 비해 감소폭은 적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는 6월말기준 92.44를 기록해 전월말(89.83)대비 2.9% 급등했다. 이는 2016년 11월(+3.1%)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한국시간 기준으로도 92.05를 보여 전월말(90.03)보다 2.2% 올랐다. 통상, 달러화지수가 1% 변동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를 전후로 변동해왔다.
같은 기간 호주달러화는 2.6%,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각각 2.4%, 엔화는 0.6% 절하됐다. 원·달러 환율도 전월말보다 1.4%(15.2원) 급등한 1126.1원을 기록했다. 이는 1월(3.0%, 32.5원) 이래 5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외환보유액 중 운용할 수 있는 외화자산은 4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채권투자 등에 따른 운용수익이 자연스레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준영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최근 미 달러화 지수가 많이 올랐다.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산액 감소와 지준예치금 감소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국채나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하는 유가증권은 52억9000만달러 증가한 4193억4000만달러를 보였다. 반면, 해외 중앙은행이나 주요 글로벌은행에 보관해 둔 현금성 예치금은 75억5000만달러 감소한 218억9000만 달러를,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등으로 보유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인 IMF포지션은 6000만달러 감소한 45억8000만달러를, IMF 특별인출권(SDR)은 4000만달러 줄어든 35억달러를 기록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104.4톤)를 유지했다.
한편, 5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4565억달러)는 세계 8위를 유지했다. 2년만에 8위를 회복했던 2월 이후 3월 9위, 4월 8위로 등락을 반복한 바 있다.
1위는 3조2218억달러를 보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3875억달러), 스위스(1조732억달러), 러시아(6052억달러) 순이었다. 홍콩(4945억달러)은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7위를 기록했고, 사우디아라비아(4370억달러)는 우리보다 한 단계 아래인 9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