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에너지전환지수 2021' 분석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수준이 세계 주요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에너지전환지수(ETI) 2021’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ETI는 60.8점으로 선진국 31개국 중 29위, 전체 115개국 중 49위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선진국 평균(68.4)보다는 7.6점 높고, 전체 평균(59.4점)보다 1.4점 높다.
WEF의 ETI는 2개 분야 9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 한국이 특히 취약한 분야는 지속가능성(45.2점)과 에너지 구조(43.0점)였다.
선진국 평균(65.4점, 63.8점)보다 각각 20.2점, 20.8점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보다 한국의 석탄발전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낮은 데다가 1인당 탄소 배출량도 많기 때문이라고 전경련 측은 풀이했다.
WEF에 따르면 한국의 석탄발전 비중은 2019년 기준 40.8%로 WE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1개국 평균(13.0%)보다 27.8%포인트(p) 높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5%로 선진국 평균(38.2%)보다 32.7%p 낮았다.
1인당 탄소 배출량은 11.7톤(t)으로 선진국 평균(7.8톤)보다 3.9톤 많았다.
선진국들은 석탄발전의 비중을 줄이면서 탄소 배출량도 줄이는 추세다.
선진국의 평균 석탄발전 비중은 2010년 19.6%에서 2019년 13.0%로 3분의 1가량 줄였다. 1인당 탄소 배출량은 9톤에서 7.8톤으로 1.2톤 낮췄다.
반면 한국의 석탄발전 비중은 2010년 43.4%에서 2019년 40.8%로 2.6%p 감소하는 데 그쳤고,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10.2톤에서 11.7톤으로 1.5톤 늘었다.
WEF는 덴마크, 핀란드, 영국을 지난 10년간 상위 10개국 중 에너지 전환을 가장 많이 이뤄낸 국가로 꼽았다.
세 나라 모두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크게 늘리며 석탄발전 비중과 1인당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전경련 측은 풀이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영국,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의 해상풍력 잠재량은 유럽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형성했고 덴마크는 풍력발전을 늘리고 석탄발전을 줄였다.
핀란드는 풍부한 산림에 바탕을 두고 바이오매스를 전력발전에 사용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렸다.
반면 한국은 산간지형과 높은 인구 밀도로 부지가 부족해 넓은 면적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의 차이가 커 국가 간의 전력 거래를 통해 전력 수급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데 한국은 국가 간 전력계통이 연결돼있지 않아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경련 측은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환경부에 제출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포럼 검토안’에 따르면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약 7억1000만 톤)의 절반으로 낮추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50%까지 늘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입지와 설비가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를 입지 문제없이 보급할 수 있는 최대설비는 155GW(기가와트)다.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50%를 충족하려면 212GW의 설비를 마련해야 해 155GW를 크게 초과한다.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소규모로 분산 설치돼 이를 연결하기 위한 전선ㆍ변전소와 같은 대규모 계통보강도 필요하다.
전경련은 저탄소 에너지 전환에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원자력발전을 꼽았다. 원전은 풍력발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단위 면적 대비 발전효율이 높아 국토가 좁은 한국에 필요한 발전원이라는 주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특히 기저 전원 역할을 하는 대형원전뿐 아니라 향후 안전성이 크게 강화되고 유연한 입지선정과 출력 조정이 가능한 소형모듈원전(SMR)도 2030년경부터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돼 원전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