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후보 합종연횡 시작…서로 밑밥 던지는 이낙연·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 중 ‘반(反) 이재명 연대’ 측에서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5일 이광재 의원을 꺾고 단일후보로 나서면서 2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추가 단일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정 전 총리는 예정대로 이 의원과의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세균·이광재 후보는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며 “이광재 후보의 대한민국의 미래경제에 대한 원대한 꿈을 적극 지지하고 함께 실현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합종연횡이 아닌 정책적 공감대를 토대로 한 ‘가치 단일화’라는 의미를 스스로 부여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앞서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사실상 1강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추격하기 위한 합종연횡으로 읽힌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세균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 합의를 밝힌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공교롭게도 이 전 대표는 지난 3일 정 전 총리와 회동했고 단일화 결과가 발표된 날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서로 협의와 연대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들의 행보들이 연관 지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는데 방법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지를 두기도 했다.

이 전 대표를 돕는 의원들도 본경선에서의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낙연계 한 의원은 본지와 만나 “지금과 같은 1강 1중 양상이 본경선까지 이어진다면 결선투표로 강제적으로 단일화되는 것보단 그 전 적정한 때에 선제적으로 지지선언을 하거나 단일화를 하는 게 낫다”며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와 이미지와 정책이 너무 겹쳐 지지율이 오르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대권 주자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본경선까지 후발주자들의 지지율이 정체된다면 2위인 이 전 대표로 힘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서도 지지율 반등을 가정하자 “결선투표가 있으니 적절히 판단해 지지선언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결국 이 전 대표 중심으로 ‘반 이재명 연대’가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 총리 측도 현 지지율 양상에 변동이 없다면 단일화 여지가 있다면서도 이 전 대표 측의 일방적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세균계 한 의원은 본지와 만나 “이대로 간다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생기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지율이 움직인다면 결선투표가 있으니 굳이 인위적으로 합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정세균 캠프 관계자도 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추가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했으니 지금 논의된 바는 전혀 없지만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며 “이 전 대표 측에서 우리를 흡수하려 여러 논리를 당연히 세우겠지만 현재로선 우리가 먼저 단일화를 검토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 이재명 연대’ 명분으로 이 전 대표 측이 ‘흡수’를 압박하고, 정 전 총리는 완주한다는 각오로 지지율 반등을 기다리며 버티는 양상이다. 이 같은 기 싸움과는 별개로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진행될 토론회 등에서의 이 지사를 향한 공세, 재난지원금 등 현안을 고리로 한 지지 의원들 간의 세 대결은 행동을 함께할 전망이다. 또 현 송영길 대표체제 경선 관리를 두고서도 이 지사는 지지하는 반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비판을 지속하며 대립하고 있다.